제대로 된 휴식
익숙한 삶 속에서 고되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뭐 대단한 하루가 아닐지여도 분명 쉼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소파로 가서 잠시 누웠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얼굴을 살금살금 긁어대는 햇살에 눈을 떠보니 벌써 오후였다. 작업실로 발을 옮겨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 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오후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내뱉어졌다. 제대로 된 쉼을 보내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보냈다. 말라 죽은 화분의 풀잎처럼 시들어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맞붙이고 비비적대었다. 쉼이란 무엇일까, 그냥 편하게 침대에서 느긋하게 잠들면 그것이 쉼일까. 책 한 권을 여유롭게 읽으면 될까. 돈을 펑펑 써대며 쇼핑을 하는 것일까. 나는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르겠다. 무언가에 쫓긴 거 마냥 빚진 마음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시간에 끌려다닌다. 이 시간이 아깝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놓아버리는 순간 도태될까 무섭다. 매일 하루라도 놓는 것이 틀린 것 같다.
벌써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지 3년이 되어간다. 교수님은 나에게 회사를 관둔 것에 대하여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교수님께 말을 했다. “요즘 너무 피곤해요. 일을 너무 많이해서, 정말 피곤해요. 쉬고 싶은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의 말에 교수님의 미간이 살짝 움찔했다. “나는 따미 씨가 회사를 그만둬서 드디어 놓을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많은 일을 하고 있다니, 참 안타깝네요. 지금 당장 쉬라는 건 지금을 위해서 쉬라는 게 아니에요. 따미 씨 인생 전체를 위해 쉬라는 거에요” 나의 인생 전체를 위해 쉬어라. 라는 말에 안 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 쉰다고 해서 따미 씨 인생 전체가 어떻게 되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쉬지 않고 억지로 ‘일’로써 생각하니 그림에 ‘억지’같은 나의 마음이 내비쳐졌다. 사람들의 평가는 무섭도록 냉정했다. 투영된 마음이 그림에 녹아들자 다들 내 그림을 외면했다. 글 또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이 들어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꾸역꾸역하는 마음이 생기니 기회가 생기더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였다.
다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씩 놓고 품 안에 꽉 쥐려고 애쓰지 않으려 한다. 쉬지 않고 노력하여 뭐든 잘하려 했던 나의 욕심이 되려 나를 갉아 먹고 있다. 분명 쉼이 필요하다. 나의 몸이 아닌 마음이 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