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죄책감에 질식할 거 같아
엄마는 나에게 큰 세상이었다. 아빠는 힘센 영웅과 같은 사람이었다. 어릴 적 엄마와 아빠를 올려다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크면 엄마와 같은 여자가 되어, 아빠와 같은 남자를 만날 것이라고. 엄마 손에 음식물 쓰레기가 묻을까 대신 버려주던 자상한 아빠가 좋았다. 매일 맛있는 세끼를 해주던 가정적인 엄마가 좋았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연결된 우리가 좋았다. 그 연결은 어떤 시간이 오더라도 끊어지지도, 약해지지도 않을 거라 여겼다. 나의 가장 단단한 연결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연결은 너무 허무하게 시간 앞에서 약해져 버렸다. 아빠는 엄마의 손을 신경 쓰지 않았고, 엄마는 더 이상 식탁에 따듯한 음식을 놓지 않았다. 종알종알 일과를 나누던 나와 동생의 입은 조용해졌다. 그렇게 나는 집에서 떠났다. 아니 도망쳤다. 엄마와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나이가 들어갔다. 마치 내가 엄마 아빠를 버렸다는 죄책감을 주려는 듯이 더욱 노쇠해져 갔다. 특히 엄마는 등이 굽고 시력이 나빠질수록 화를 냈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인정하지 못했다. 분노는 나와 동생에게 향했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나는 종일 엄마를 달래야 했다. 핸드폰에 엄마의 이름이 보이면 마음에 불구덩이가 생긴 거처럼 뜨거워졌다. 손에 작은 혹이라도 생기면 큰 병이 아니냐며 이게 다 내 탓이라며 화를 내는 엄마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엄마의 젊음이 사라질수록 조마조마하다. 그 젊음을 내가 뺏은 것만 같다. 엄마의 젊음을 뺏어 먹고 자란 내가, 엄마의 화를 받아주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건가.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나는 그 무거운 죄책감에 질식할 거 같아, 자꾸 도망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