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절여진 계절
우리 가족은 겨울보단 여름에 더 바빴다. 아빠는 공사장에서 일했다. 아빠의 기력보충을 위하여 매일 저녁은 특식이었다. 엄마는 매일 시장에 가서 장을 봐왔고 나와 동생은 오늘은 무슨 음식일까 기대하곤 했다. 학교 끝나고 동생과 냄비를 열어보며, 저녁 메뉴를 미리 한 젓가락 해보는 게 일과였다. 식탁에 미리 앉아있다가 아빠가 퇴근하고 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며, 딩동 초인종 소리에 달려나 가공했다.
엄마는 모든 음식을 직접 해주었다. 콩을 갈아 설탕을 듬뿍 넣고 밀가루를 직접 밀어서 만든 콩국수는 어찌나 달콤했던지 동생과 얼음 동동 띄워 한 병씩 해치우곤 했다. 팥을 직접 삶아 만든 팥과 얼음을 갈아 만든 팥빙수, 달콤한 딸기를 가득 넣어 만든 딸기잼. 특히 엄마의 딸기잼은 딸기알갱이가 통통하게 씹혀서 맛이 좋았다. 우리 집 냉장고는 빈틈이 없었다. 주말엔 네 식구가 모여서 닭에 찹쌀을 잔뜩 넣어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 마지막엔 닭죽으로 마무리하면 얼굴에 기름기가 올라 윤기가 나곤 했었다. 동생과 나는 서로의 배를 쿡쿡 찌르며 돼지라 놀렸다. 닭이 어찌나 크던지 다리를 보며 깔깔대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장이 약해 배앓이를 자주 하던 나를 위해 엄마는 밭에서 매실을 따 한알 한알 씻어 매실을 담가 나에게 먹였다. 먹는 게 재산이라 했던 엄마의 말이 가끔 떠오른다. 어느 날은 더울 때 먹던 팥빙수가 생각나 근처 시장에 들러 팥을 사서 삶아보았다. 몇 시간을 푹푹 삶아 설탕을 넣고 조리고 종일 만들었다. 하지만 그 맛이 나지 않았다. 허탕을 쳤다. 사 먹는 딸기잼도, 매실도 그때의 맛이 나지 않는다.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세월에 맛이 더해진 건지 그 맛이 나지 않아 더 이상 먹지 않게 되었다. 난 그리움으로 절인 계절을 준비하는 것을 멈추었다. 팥도 매실도 다 버리고 나니 마음이 설컹거리고 한구석이 설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