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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Dec 29. 2019

1981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가수?

올리비아 뉴튼존의 <Physical>

1981년은 나에겐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한 한해였다. 

국민학교 2학년에 올라가 처음 뽑는 반장선거에서 당당히(?) 반장으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한 영광도 잠시, 나는 이내 '급성사구체신염'이라는 이상한 명칭의 신장염에 걸려서 얼굴이 퉁퉁 불어올랐고, 병원에 한달 넘도록 입원을 하게 되었다. 

신장염은 염분섭취의 제한과 철저한 휴식이 최우선이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나는 2학년을 불과 한달 반 정도 다닌 상태에서 휴학을 하고 1981년을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보내야 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그때 우리 아버지도 위암에 걸려서 수술을 두번이나 하고 계시던 때라서 우리집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되었고, 나는 안양에 계시던 할머니댁으로 엄마 아빠를 따라 요양을 갔고, 누나들은 서울에서 쪽방을 얻어서 따로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아빠 엄마는 시내에서 자그만 가게를 얻어서 장사를 하셨고, 할머니도 마을에 잡일을 하러 늘 부재중이셨다.  나는 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밥을 먹어야만 했고, 혼자 만화책을 봤고, 혼자 낙서를 끄적였다. 

어느날 아빠는 번쩍이는 라디오를 하나 들고 들어오셨다. 정확히는 카세트 플레이어 겸 라디오였다. 주파수를 돌려 라디오 채널을 잡고 가운데에는 테이프를 넣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달린 것이었다. 

정확히 이런 모양이었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나는 그날부터 라디오와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누나에게 테이프 녹음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꼭 공테이프가 아니어도 기존의 테이프 상단 구멍을 휴지같은 것으로 꼭꼭 막아서  그 위에 덧씌워 녹음을 할 수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라디오에서 좋은 노래가 들려오면 벌떡 일어나서 녹음과 플레이 버튼을 동시에 눌러 녹음을 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참, 1981년의 추억의 팝송을 이야기하려던 차였지 ㅡㅡ;

아마도 그때 즈음에 누나에게 들은 이야기인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는 원더우먼의 린다카터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가수"가 누구인지를 말해 준 것이다. 

그리고 올리비아 뉴튼 존을 티비에서 보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70년대부터 세계적인 스타였지만,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보고 <세계에서 가장 예쁜 가수> 라는 칭호에 수긍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원더우먼을 더 좋아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81년이 저물어가는 겨울즈음에 그녀의 노래가 매일 라디오에서 최소 열번 이상은 들렸으니 바로 그 곡이 <Physical> 이다. 

검색의 설명을 빌자면, 

이곡은 81년 11월 21일부터 82년 1월 23일까지 무려 10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랭크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렇게 주구장창 라디오에서 나올 수 밖에...


https://youtu.be/6zwPVU92-XQ


최근 뉴스를 보니 그녀는 아직도 유방암으로 투병중이라고 한다. 꽤 오래전에 그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1/2018091102096.html

오랜 투병생활로 이제는 옛날의 화려한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7,80년대를 풍미한 당대 최고의 미녀가수 하면 

아마도 올리비아 이외에 다른 사람을 쉽게 떠올리기 힘들 것 같다. 

부디 건강을 회복하고 그시절을 기억하는 키드들에게 

옛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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