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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Dec 01. 2021

1982년, 퀸과 전자오락실, 프로야구

1982년 2월, 부모님과 나는 셋이서 용달차에 몸을 싣고 인천으로 왔다. 

나에겐 누나가 셋 있었지만 그들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아버지의 위암으로 인한 두번의 수술과 나의 신장병으로 장기입원 등 우리집안을 갑작스레 찾아온 풍파의 회오리 속에서 그전부터 나름 자리잡고 잘 살아왔던 우리집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간신히 살아남아 몸을 추스리고 무언가 또 먹고 살기 위해서 할일을 찾아 인천으로 오게 된 것이 바로 그때였다. 

나는 사십분 정도 걸어야 나타나는 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다. 학교 가는 지름길은 야트막한 야산을 질러가는 것이었고, 그 안에서 가끔 다람쥐(청솔모인지)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살 때엔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과 문화들이 있었고,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개구리와 메뚜기 뒷다리를 구워서 맛을 보기도 하였다. 


꽤 오랫동안 병치레를 하고 다시 가게 된 새로운 환경의 학교, 그리고 그 학교에 오가는 길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은 나름 신선했고 나는 즐겁게 학교에 다녔다. 


그 와중에도 카세트 테이프를 듣는 취미는 여전했는데, 

마침 집에 퀸의 Greatest Hit Songs 테이프가 있었다. 

그때 아마도 퀸의 노래들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 테이프 하나를 들으면서 퀸의 대표곡들을 듣게 되었다. 


물론 <보헤미안 랩소디> 나 <Love of my life> 같은 유명한 노래들이 함께 들어있었지만 내가 당시에 인상깊게 들었던 노래는 <Play the game> 이라는 곡이었다. 


영어를 몰랐던 내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몇 안되는 단어중 하나가 바로 game 이란 것이었고, 마침 그때 처음 등장한 전자오락실은 50원 동전을 넣고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신세계였기 때문에 이런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를일이다. 


게다가 곡 후반부에는 마치 전자오락기에서 나오는 듯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나와서 ㅋ 이 노래를 들을때면 전자오락실에서 무슨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https://youtu.be/6_5O-nUiZ_0 

<Play the game> official video>




당시에 또 히트를 쳤던 영화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록키>  시리즈였다. 

록키1,2편은 이미 70년대 후반인가에 나와서 대인기를 얻은걸로 알지만 3편이 그당시 만들어졌다는 뉴스와 함께 라디오에서는 그 주제가가 먼저 소개되었던 것 같다. 영화는 아마 더 나중에 개봉한듯 싶고..


영화를 본 것은 나도 한참 나중에 비디오를 통해서 본 것 같은데.. 아무튼 록키 3편의 주제가 였던 <Eye of the tiger> 이라는 노래는 그해 가을내내 라디오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흥겨운 락리듬과 사운드, 강렬한 기타 리프가 절로 신이 나게끔 해주는 Suvivor 의 명곡인 <호랑이의 눈>

이 노래는 나에게는 나중에 고등학교때 기타를 치면서 흉내냈던 기억으로도 남아있는 추억의 명곡이다. 



https://youtu.be/ERT_7u5L0dc



82년도에 나는 열 살, 두자리수의 나이를 가지고 새로운 곳에서 낯선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던 때였다. 

여전히 건강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늘 체육시간에는 교실에 남아서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곤 했고, 그것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방과 후에는 운동장과 산길을 뛰어다니며 아까의 그 아이들과 놀았다. 


프로야구도 처음 생겨서 5천원을 내고 MBC청룡 팬클럽에 가입해서 모자와 점퍼를 받고 그것을 입고 돌아다니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은 죄다 삼미수퍼스타즈로 가입했는데, 나는 서울에서 전학왔다는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었던 건지 뭔지 몰라도 청룡팀이 좋았던 것 같다. ㅋ 


모처럼 정상적인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열 살의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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