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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Dec 18. 2021

1983년, 마이클잭슨이 나타나다.

1983년, 인천에서의 생활은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누나들 셋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떨어져 살았지만 그나마 건강을 회복한 아버지가 건축 분양 사업을 하면서 수입이 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에 부평쪽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당연히 나도 다시 전학을 가게 되었고, 더는 전학을 가지 않고 그곳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이전의 학교가 새로 만들어져서 학생수도 학급수도 적었던 탓에 나름 오밀조밀한 분위기였다면

새로 전학간 학교는 이미 수십년 된 역사를 가진 학교이어서 그런지 아이들도 많고 모든것이 이미 그곳의 방식으로 다 짜여진(?) 곳이었다. 


한 반에 70여명씩 되는 그곳에는 이미 싸움잘하는 아이의 서열이나 공부잘하는 아이의 서열등이 다 갖춰져 있었고 각자의 역할과 신분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곳이었다. 


나도 어떤 방향으로던 나의 위치와 존재를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건강도 좋아졌으므로 더는 체육시간에 교실에 앉아있는 멀뚱한 녀석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섰던 것 같다.

같이 놀고 먹고 장난치고 까부는.. 이전에는 점잖게만 있던 내 모습을 바꾸고 싶었던 나름의 절실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1983년에는 전세계를 강타하고 탑스타로 부상한 마이클잭슨의 노래가 티비와 라디오를 장악한 해였다. 


<Billie Jean> 과 <Beat it> 이 두곡은 거의 하루에 수십번씩 들을 수 있었던 것 같고..

번쩍거리는 옷을 입고 매끈한 구두로 미끄러지듯 화려한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멋있다기 보다는 무척 새로웠다. 

사실 흑인을 방송으로라도 그렇게 자주 본 일이 처음이어서 더욱 그러했을수도 있겠다. 


당시 우리집에도 마이클잭슨 히트송 테이프가 있었는데.. 위의 유명한 두곡 말고 내가 맘에 들었던 곡은

의외로 잔잔한 발라드풍인 <The girl is mine> 이란 곡이었다. 


https://youtu.be/bpO9SOQgbWA

 

폴 매커트니랑 같이 불렀다는 사실은 한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ㅎ 

암튼 잔잔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하모니의 이 노래는 Beat it 에서 에너지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마이클잭슨과는 완전 다른 멋짐을 보여줬던 것 같다. 





  


또 하나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가수는 케니로저스이다. 

덥수룩한 흰수염으로 뒤덥힌 맘좋은 할아버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그는 

딱 들으면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개성있고 넉넉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미국의 대표 컨트리 가수였다. 

물론 그때에도 할아버지 모습이어서 엄청 오래된 가수구나 이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찾아보니 1938년 생이고, 2020년 작년에 돌아가셨음..ㅡㅜ) 


컨트리의 대부 케니로저스


당시엔 유독 남녀 듀엣곡이 인기를 많이 끌었던 기억이 난다. 

다이아나 로스와 라이오넬 리치가 부른 <Endless Love>나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가로 인기를 얻었던 <Up where we belong> 등이 있었는데,


여기에 이 케니로저스와 마찬가지로 미국 컨트리계를 대표하는 여가수 돌리파튼이 듀엣으로 함께 부른 곡이 있었으니 <Island in the Stream> 이란 곡이었다. 


내 기억으론 당시 빌보드 1위를 오랫동안 해서 티비에 화제로 나온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2주연속 1위한걸로 나오네..ㅡㅡㅋ 아무튼 여러상을 휩쓸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곡임은 확실함.


https://youtu.be/HQW7I62TNOw



그러고보니 마이클잭슨은 가장 힙한 팝가수였고

케니로저스는 우리로 치면 트로트 같은 컨트리가수였는데

두 가수의 노래가 돌아가며 큰 인기를 얻었던 그당시는 나름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들리는 노래를 들었던 철없던 4학년 꼬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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