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몸뚱이 하나 누울 곳 있으면 되지

정선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에서

by 손 영


아우라지에서의 하루를 보내면서 다음 머물곳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찮게 검색을 하다가 정선에 꽤나 유명한 캠핑장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 캠핑을 해본 적이 없는 소위 '캠알못'인 나이지만,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작은 텐트를 구매해서 가지고 온 터였다. 며칠이 될지 모르는 이 무계획한 여행속에서 혹시라도 비박을 하거나 캠핑장을 가게 될 일이 생길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캠핑장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받아서 운영되므로 그날 당일에 가서 텐트를 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빈 사이트가 많으니 당일에 와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캠핑장으로 향했다.


아우라지에서 차로 약 50분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동강을 옆에 끼고 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동강로의 아름다운 걍변도로



<동강전망자연휴양림캠핑장>은 해발 약 800미터에 이르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로에서 캠핑장까지 올라가는 급경사길로만 10여분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완전히 득템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많은 사이트 중에는 소위 '캠핑장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전망좋은 자리가 있었는데, 이 자리들은 전국의 캠핑족들이 인터넷 예약이 시작되는 그 순간에 무수히 광클릭을 해대도 예약하기가 어려운 그야말로 잡기 힘든 자리였는데, 나는 무작정 이날 가보니 그 성지로 불리는 자리중에 두 개의 자리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내용도 모르고 나는 배치도를 보니 이 자리가 앞에 아무것도 없고 구석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하고 그나마 덜 부대끼겠다 하는 생각으로 자리를 골랐다.


20210621_153458.jpg 텐트 바로 앞에서 바라본 전망. 앞이 계곡으로 트여있어 실로 어마어마한 전망을 보여준다.


20210621_184411.jpg
20210621_160748.jpg
20210621_152848.jpg



자리는 정말 좋은 자리였다.

이 기쁜 마음을 안고 이제 텐트를 치려하는데, 그때까지 눈에 안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다른 이들의 텐트들이 너무도 크고, 화려하고, 멋지고, 좋아보이는 것이다.

내 것은 인터넷에서 몇만원 주고 산 싸구려이고 펴보니 그 커다란 데크의 반도 채 차지하지 않는 아담한 사이즈였다.


반면 옆자리를 보니 넓은 타프는 기본이고 텐트 두 동이 연결되어 있는지 중간에 거실같은 공간마저 있는 거대한 텐트를 치고 밖에는 커다란 테이블에 의자에 마치 집 한채가 고스란히 옮겨 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과 내 텐트를 비교하자니 뭔가 잘못한 것 없이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렴 어떤가! 아는 사람도 아닌데!! 하면서 뒷쪽을 보니 젊은 남녀 한쌍이 왔는데,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었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더미 속에서 한 남자가 쌀가마니만한 텐트가방을 꺼내고 타프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짐더미 옆에 캠핑용 의자를 펴고 앉았다.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언뜻봐도 거대해 보이는 저 텐트를 완성하기 위해 저 남자는 앞으로 최소 한시간 동안 땀을 흘려야 하겠지. 갑자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원터치 방식으로 그냥 던져서 잡아당기면 저절로 펴지는 내 텐트가 이뻐보였다.

텐트 설치하는 데에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마 내일 걷을 때에도 마찬가지겠지.


갑자기 뒷자리 총각이 안쓰러워진다.

햇볕이 점점 뜨거워지길래 그늘 속으로 얼른 자리를 피해주었다. 아마도 저 남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이런 외면일 수도 있겠다. 누가봐도 혼자 개고생을 하고 있는 처지에 남들이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싶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래, 작은 텐트면 어떠냐. 몸뚱이 하나 누일수 있고 비만 안들이치면 되지.!!!



그런데...... 비가 왔다.


텐트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얼마만이던가...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놀러가서 들었던 빗소리에 사르르 잠이 든것이 아마도 마지막이었으리라.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자니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든다.


밝은 동안에는 밖의 좋은 전망을 차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경쟁을 한다.

그러나 해가 지고 나면 밖은 그저 암흑일뿐 전망같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동안에는 넓고 좋은 텐트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깊은 잠에 들때면 모두 같은 면적의 바닥에 몸을 뉘이고 잠에 든다.

문득 '몸뚱이 하나 누울 수 있는 땅만 있으면 되지' 라고 했던 어느 자조섞인 말이 떠오른다.

그래, 돌아갈 날이 되면

이처럼 내 몸 하나 누일 바닥만 있으면 족하겠지.

해가 떠 있었던 시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하며

욕심도 미련도 없이 잠들면 되겠지.



비가 개인 다음날 아침, 산중턱에 운무가 걸렸다.

고맙게도 다시 밝은 날이 찾아왔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IMG_0070.JPG
IMG_0073.JPG


매거진의 이전글셋. 물이 만나듯 너와 나의 삶도 아우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