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5일장과 <아리아라리> 공연
캠핑장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전에 다시 정선시내로 나갔다.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 살면서 전통시장이나 장터에 대한 향수라던지 그리움은 별로 못겪고 살아왔다.
아주 어렸을 적 (아마도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이나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서 구경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국민학교를 다니면서는 우리 동네에도 슈퍼마켓들이 크게 들어서기 시작해서 별로 시장을 갈일이 없었다. 더우기 전통 5일장터 같은건 TV 같은데서나 보았지 저런데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나이먹은 티를 내기 시작하는 걸까. 정선에 가면 반드시 5일장을 가보리라 괜시리 마음을 먹고 장이 서는 날을 확인해서 정선에 머문 것이다.
날은 무척 맑았고, 6월 하순의 햇볕은 제법 뜨거웠다.
잘 닦여진 주차장과 부대 시설들을 보니 오늘날의 장터는 우리 추억속에 머무는 옛날 모습이 아닌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장터 안으로 들어가보니 흥겨운 노랫가락과 함께 사람들과 상인들과 여러가지 토산품들과 먹거리들이 잘 정돈된 가운데에서도 보기좋게 늘어져서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리 시장하지는 않았지만 장터에 왔으니 끼니는 때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산채비빔밥과 황기막걸리를 주문했다. 혼밥하는 처지라 사실 식당에 들어갈때마다 아주 약간은 눈치아닌 눈치를 보게 되는데, 이곳은 그런 걱정 없이 푸짐하게 한상을 받아 먹을 수 있었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장터구경을 한 후에
미리 예약해둔 <아리아라리> 공연을 보러 갔다.
정선 아리랑 센터에서 상설 공연으로 하고 있는 이 뮤지컬은 정선아리랑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음악과 연출로 접목한 퓨전 뮤지컬이었다.
관람가격은 무려~~~ 5천원!!!!!!
게다가 티켓을 끊으면 정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상품권 5천원권을 준다.
실질적으로 공짜공연인 셈이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맨 앞자리에서 그야말로 VIP로 관람을 했다.
뮤지컬의 내용은 정선에서 한 남자가 한양으로 일을 하러 올라갔다가 재산을 탕진하고 방황하다가 딸이 부르는 아리랑 가락을 듣고 결국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춤,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편곡한 음악과 노래들, 무대장치나 효과들까지도
글쎄, 일반인인 내가 보기엔 정말 너무도 재미있고 볼만한 공연이었다.
나도 취미로 연극을 하고 있고, 나름 뮤지컬이나 공연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리 호락호락한 (?) 관객은 아닌데도 정말 만족스럽게 보았다.
문득 아리랑은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흘리개가 학교라는 곳에 처음가서 음악책을 받았을때에도 아리랑이 있었고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라는 가사를 보고는
어린 마음에 발병이 어떻게 아픈건지도 상상못한채 도망가면 큰일나는 구나 라고 겁을 먹기도 했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던 그 80년대에는
행사때마다 아리랑이 울려퍼졌고
유행가속에도 여러가지 버전의 아리랑들이 들어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살면서 한번도 아리랑에 대해서 궁금해하거나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저 민족주의를 지탱해온 여러가지 문화적 요소들 중의 한가지 정도로만 여겼을뿐.
뭐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내가 아리랑에 대해 공부를 했다거나 자료를 찾아보거나 한것은 아니다.
그냥 이제껏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어떤 감정들을 아리랑이라는 단어속에서 떠올려보았다고나 할까.
삶은 노래다.
삶은 대화이자 독백이다.
삶은 오래가는 흥얼거림이다.
삶은 너에게 하는 고백이고
삶은 나에게 쓰는 편지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삶은 애닯다.
삶은 아리다.
삶은 아프다.
삶은 흘러간다.
나의 삶도 나의 이야기도 나의 노래도
흘러간다.
끊임없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보고싶다. 정선아'
뮤지컬속 아내의 이름으로 나왔지만
정선은 우리의 모습이자 우리가 밟고 서있는 삶의 터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