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자취생활 4
나도 그랬지만 첫 자취를 시작하면
설레는 기분으로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해.
“이제 완전 자유겠다.”
맞아. 자유야.
근데 그 자유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아무도 나를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
누가 그랬어. 자취의 장점은 잔소리하는 엄마가 없다는 것이고 자취의 단점은 잔소리하는 엄마가
없다고 말이야.
아플 때도, 지칠 때도, 늦게 들어와 쓰러질 때도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기에, 아니 챙겨줄 수 없기에 전부 내가 나를 챙겨야 해.
그래서 이 장에서는 잘 사는 법보다
무너지지 않는 법을 먼저 이야기하려고 해.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이거든.
그럼 어떻게 하면 자유를 지키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지 같지 한번 알아보자!
첫 번째로 이야기할 건 바로 하루를 버티는 최소 루틴 만들기야.
여기서 말하는 루틴은 흔히 이야기하는 미라클 모닝과 같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루틴이 아니라 최소한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루틴이지.
나도 그랬는데 자취 초반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의외로 멘털이 아니라 생활 리듬이야.
자는 시간 밀리고 먹는 시간 엉키고 씻는 타이밍도 들쑥날쑥해져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티는 느낌이 되고 언제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는지
시간, 날짜 감각이 사라지게 될 수 있어.
그래서 필요한 건 완벽한 루틴이 아니라
절대 안 무너지는 최소 루틴이야.
예를 들면 이 정도면 충분해.
일어나서 물 한잔 시원하게 마시기.
하루 한 번 따뜻한 음식 먹기.
자기 전 씻기.
잠들기 전 불 끄고 침대에 눕기.
이게 무슨 효과가 있냐라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너무나도 많아.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삶은 생각보다 덜 망가져.
두 번째는 밥은 잘 못 해도, 굶지는 말기야.
혼자 살면 먹는 게 제일 귀찮아져.
그래서 어느 순간 하루 한 끼, 그마저도 대충 먹게 돼.
다이어트 목적으로 운동을 병행하며 하루 한 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건 오래 못 가고 몸이 망가져.
그리고 요리를 무서워할 필요도 없고 요리를 잘할 필요는 없어.
다만 이건 기억해 둬.
굶는 건 멘털을 가장 빠르게 무너뜨리는 방법이야.
즉석국
냉동밥
계란
김치
라면
김
이 정도만 있어도
“아무것도 못 먹는 상태”는 피할 수 있어.
너무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이다 보니 사람들이 간과하는데 이것들은,
특히 김, 김치, 계란은 아주 사기적인 식재료야. 정말 만능이지.
그리고 생각보다 요즘엔 냉동 볶음밥 종류도 굉장히 퀄리티가 훌륭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맛있고 든든한 한 끼를 쉽게 챙길 수 있어.
그리고 중요한 점은 우린 잘 먹는 게 아니라 안 망가지는 게 목표야.
세 번째로는 외로움은 없애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걸 알기야.
혼자 살면 생각보다 자주 외로워져.
이건 이상한 것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니야.
사람은 원래 사람 사이에서 회복되는 존재거든.
중요한 건 이거야.
외로움을 없애려고 하지 말 고 예상하고 대비할 것
혼자 가도 편한 단골 장소 만들기
정해진 요일에 밖에 나가기
외로움은 갑자기 오지 않고 가랑비에 옷이 젖어 들어가 듯
조용히 신호 없이 쌓이다가 한 번에 와.
미리 구멍을 내두면 그만큼 덜 아파.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언젠가 무너질 날을 전제로 살기야
자취하면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이거야.
“난 괜찮아.”
아니 그렇지 않더라. 괜찮지 않은 날은 누구에게나 와.
그래서 필요한 건 무너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준비야.
배달앱 즐겨찾기 하나, 그냥 누워만 있어도 되는 날 허용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밤 인정
이게 있어야 다음 날이 이어져.
이러한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 의심할 수 있지만
사람들,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은
쉬는 중에도 불안해하며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와 이러한 약속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아.
이 장의 핵심은 바로 자취는 자유지만, 보호막은 없다는 것이야.
스스로를 돌보는 건 거창하지 않아.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장치들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 이게 전부야.
혼자 산다는 건 강해지는 연습이 아니라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연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