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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Jan 19. 2021

‘망원’에서는 그곳만 가요. ‘책 발전소’

연차 낸 평일, 공기는 차갑고 햇살은 따뜻한 날에 방문해보았다.

내가 좋아하고, 곁을 두며, 마음을 두고 오는 곳들이나, 방앗간의 참새처럼 자주 발자취를 남기는 ‘장소’ 들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 처음은 내 사랑, 책방이다.


서울 사람이 아닌 내가, 망원동이라는 지명을 처음 접한 건, 나 혼자 산다 였다. 한 연예인이 그 동네에 살며, 근처의

시장도 자주 이용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저 서울의 한 곳이구나 싶었는데 언젠가부터 핫한 곳이 되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좀처럼 갈 일이 생기지 않았다. 이제 내 친구들은 차를 끌고 다니고, 주차하기 편한 곳을 찾는다. 망원동에 가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곳 때문에 처음으로 망원동을 왔다. ‘당인리 책 발전소’

(그런데 알고 보니, 망원역 근처에 위치하지만 정확한 주소는 서교동이더라. 이렇게 지리에 무지합니다.)


 나는 책방을 좋아한다. 요즘은 백만 가지 사유로 합리화하며 독서를 게을리하지만, 별개로 책방은 종종 간다. 일종의 안식처이며 힐링 플레이스이다. 책에서만 느껴지는 종이 냄새,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 책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조용하고 집중하는 온도를 좋아한다. 그중에 동네 책방을 좋아하는데, 책방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어서 좋고, 같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묘한 동질감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인리 책 발전소는 당인리에 있을 때 처음 가봤는데, 개인적으로 망원역 근처의 지금이 더 내 취향이다. 일단 넓다. 인간의 사색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듯, 공간적 여유도 중요하다. 다양한 공간은 다양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사람은 시야를 넓히고자 하는데, 어느 정도의 개방적 공간감이 필요하며, 창이 있으면 더 극대화된다.

  현, 당인리 책 발전소에 들어서면 나무도 화분도 보이고, 의자도 있다.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장소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준다.


예전 당인리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이 책방 이름과 잘 어울린다.
1층에는 책과 커피 주문할 수 있는 곳이, 2층에는 테이블과 책 읽는 사람이 있다.

내부는 나무색 위주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 안온하다. 독서하기 제격인 것이다. 이 책방의 best 10이 손글씨로 써져있는데, 베스트셀러를 꼽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 사진은 패스. (내 기호와 별개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항상 흥미롭지만 나는 패스) 나는 책방 주인이 추천하는 서가가 더 좋고, 책방에 들어가자마자 아마도 정기적으로 바뀔듯한 테마가 있는 서가가 더더 좋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테마였다

 그러나 내가 선뜻 구매한 책은, 가을에 어울리는 시집이다. 기념 티저 시집이란 말에 혹했고, 아름다운 이라는 형용사가 어울리는 계절과 날씨라 안 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온통 글이 될까 봐라니!!!( 이 글은 지난가을에 쓰고, 김장처럼 묵혔다가 맛있게 익을 때쯤 꺼낸글이다.)

문학동네 시집 책표지 디자인을 사랑한다. 이날은 네일도 맞춘듯하네

참 이 곳은 커피와 쿠키도 있다. 가격은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에 초점을 맞춘듯하다. 책방 주인인 김소영 아나운서 분 인스타에서 쿠키 얘기가 많아, 먹어봤는데 추천한다. 촉촉하고, 안의 알맹이도 풍부하다. 처음엔 크다 생각하지만 맛있어서 한입에 먹고 나면, 칼로리 현타가 온다. 추천해도 떳떳해서 추천한다.

2층의 큰 창이 좋았다. 보이는 정겨운 가정집 풍경도.

2층에서 커피 한잔, 쿠키 두 개 같은 하나, 맘에 쏙 드는 택 한 권이면 2-3시간 힐링하고 갈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여행도 어려운데 이 곳에 와서 독서하며 마음의 시야를 넓혀야겠다. ( 이 곳에는 귀여운 지구 지도가 있는데, 마음의 시야는 마음의 시야지만, 언제 다시 지구로 눈을 돌릴

수 있을까 싶다)

탐나던 지구지도 퍼즐. 일년에도 여러 번 출장/여행 이 나의 삶이었는데, 비행기를 2020년 한번도 안탔다. 온라인으로 하나되는 지구라지만, 비행기 터뷸런스도 그립다.

마지막으로, 귀여운 소품들. 나는 최근에 코듀로이 백을

샀다 겨울에 어울리는 에코백을 찾기 어려운데, 책 발전소 에코백은 코듀로이라 겨울 느낌!

퍼플 코듀로이 에코백을 샀는데, 책가방이 되었다.

평일에 연차 내고, 이른 오전 공기는 차갑고 햇살은 따뜻할 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ps. 정말 자주 옵니다:) 밤에 더 예쁜 당인리 책 발전소

밤에 조명이 주는 힘은 크다.
이제 이 곳 쿠키가 어른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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