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도 참크다. 내가 작게 느껴지기에 말이다.
나는 작진 않다. 누가 나를 보았을 때, "너는 참 작구나" 혹은 " 넌 참 아담하구나" 할 외양은 아니다. 나는 키 160 초반의 키를 지니고 있으며, 아빠를 닮아서 얼굴 크기도 존재감이 있다.
그런데 가끔 나는 왜 이렇게, 거대한 세계의 미미한 존재 같이 느껴질까. 저 멀고 먼 미지의 세계인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25개의 구로 이루어진 천만 도시의 '서울' 에서도 아주 작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의 평안은 끝도 모르게 지하 7층까지 가라 앉는다. 그럼 흥이 안 나고, 모든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은 때때로 이지만, 그 때때로에는 마음이 참 슬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 대한 얘기가 많다. 자신감은 있는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 내가 자그맣게 느껴질 때, 나는 내가 딱 그런 사람 말하기는 어렵지만, 4사분면으로 그린다면, 상대적으로 나를 그 쪽으로 치우쳐서 좌표를 찍을 것 같다. 기대하는 바는 항상 큰데, 내가 그 즈음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이 들 때 나는 내가 아주아주 작은 존재로 느껴진다. 내 주위 사람들의 시선, 평가, 혹은 자가 검열 등이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럴 때마다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왜 이렇게 주변 사람을 의식해? 왜 이렇게 본인 자신을 믿지 않아? 부족하다면, 왜 무언가를 하지 않아? 라고 말이다.
30대가 될 때까지도, 즐거운 순간에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책 속에서 나도 설명하지 못한, 내 감정을 그대로 읊어준 글귀를 찾았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즐거웟는데 사실 딱 그만큼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욕망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그 욕망은 나의 역량을 어느 정도 넘어선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대치를 줄이고, 실력을 늘리면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기대는 쉽사리 접을 수 없고, 실력은 늘리기가 더더욱 힘들다.
내 욕망은 스스로를 외롭게 했다.
- 오기사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중
나의 역량을 넘어선 곳에 대한 동경,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실망감등이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지금 내 방 크기 만큼, 혹은 10년전 처음으로 남과 같은 방을 쓰던 삶의 대학교 기숙사 방만큼이나 작게 느껴지게 한다. 기대치를 줄이고, 실력을 늘리면 되는데 쉽지 않고, 스스로를 힘들고 외롭게 한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맘을 명료하고 깔끔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걸까.
삶에서 필연적으로 오는 실수와 실패와, 중압감, 스트레스는 바꿀 수 없겠지만, 조금은 덜 피로하고 싶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삶, 현실을 그대로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매일 나는 가지려고 노력한다. 설사, 아주 미미하고 작은 존재이면 어떤가. 나만 행복하면 됬지! ( 아마 이러고도, 돌아서면 쉽게 힘들어하고, 쉽게 열등감에 빠질 나일지라도 마음을 다 잡아본다.)
어릴 때는, 위인전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딸이 되고 싶었고, 명문대생이 되고싶었다. 대학생 때는, 빨리 취업해서 돈을 벌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욕망하는 바를 성취하기도 하였지만, 인생은 길다. 그런 순간은 잠깐이고, 그렇지 않을때가 더 많아 후회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다. ( 후회 자체가, 그 무슨 소용인가! 대한 무용성을 알면서도 말이다.)
지금은 마음이 안녕한 사람이고 싶다. 그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 얼마 전, 클럽 하우스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가요?"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1레벨만큼 "행복"해 질 수 있더라.)
그래도 오늘은 글 한 편을, 썼기에 (그것도 긴 휴지기를 끝내고), 조금 더 행복해졌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면서도, 나 자신에게 소홀한 건 반성해야 할 일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은 "소네치카"라는 브런치 작가 부캐가 된다. 자주 행복해지기로 하자! 글의 맺음도 글로 하겠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한게 중요한데,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을때마다 음미하는 시로 행복하게 글을 끝내기로 하겠다.
서울 XXX구 , XXX동 내 집 아닌 집에 몸을 뉘인 미미한 존재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마치며...
지금 여기
행복이 있고
이제 거기
추억이 있고
멀리 저기에
그리움이 있다.
알아서 살자
- 나태주 '오늘'
PS. 나태주 시인의 그 유명한 구절,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를 읽으며 위로 받았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많은 칭찬이 필요합니다 ㅋㅋㅋㅋ ( 남 의식은 안할 거지만,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