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치카 May 23. 2021

때때로 내가 자그맣게 느껴질 때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도 참크다. 내가 작게 느껴지기에 말이다.

 나는 작진 않다. 누가 나를 보았을 때, "너는 참 작구나" 혹은 " 넌 참 아담하구나" 할 외양은 아니다. 나는 키 160 초반의 키를 지니고 있으며, 아빠를 닮아서 얼굴 크기도 존재감이 있다.

 그런데 가끔 나는 왜 이렇게, 거대한 세계의 미미한 존재 같이 느껴질까. 저 멀고 먼 미지의 세계인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25개의 구로 이루어진 천만 도시의 '서울' 에서도 아주 작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의 평안은 끝도 모르게 지하 7층까지 가라 앉는다. 그럼 흥이 안 나고, 모든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은 때때로 이지만, 그 때때로에는 마음이 참 슬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 대한 얘기가 많다. 자신감은 있는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 내가 자그맣게 느껴질 , 나는 내가  그런 사람 말하기는 어렵지만, 4사분면으로 그린다면, 상대적으로 나를  쪽으로 치우쳐좌표를 찍을  같다. 기대하는 바는 항상 큰데, 내가  즈음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나는 내가 아주아주 작은 존재로 느껴진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 평가, 혹은 자가 검열 등이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럴 때마다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이렇게 주변 사람을 의식해?  이렇게 본인 자신을 믿지 않아? 부족하다면,  무언가를 하지 않아? 라고 말이다.

 30대가 될 때까지도, 즐거운 순간에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책 속에서 나도 설명하지 못한, 내 감정을 그대로 읊어준 글귀를 찾았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즐거웟는데 사실 딱 그만큼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욕망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그 욕망은 나의 역량을 어느 정도 넘어선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대치를 줄이고, 실력을 늘리면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기대는 쉽사리 접을 수 없고, 실력은 늘리기가 더더욱 힘들다.
내 욕망은 스스로를 외롭게 했다.
- 오기사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중


 

오기사님의 책을 좋아한다.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제일 좋아한다. 취향이다.


 나의 역량을 넘어선 곳에 대한 동경,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실망감등이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지금 내 방 크기 만큼, 혹은 10년전 처음으로 남과 같은 방을 쓰던 삶의 대학교 기숙사 방만큼이나 작게 느껴지게 한다. 기대치를 줄이고, 실력을 늘리면 되는데 쉽지 않고, 스스로를 힘들고 외롭게 한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맘을 명료하고 깔끔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걸까.

  삶에서 필연적으로 오는 실수와 실패와, 중압감, 스트레스는 바꿀 수 없겠지만, 조금은 덜 피로하고 싶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삶, 현실을 그대로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매일 나는 가지려고 노력한다. 설사, 아주 미미하고 작은 존재이면 어떤가. 나만 행복하면 됬지! ( 아마 이러고도, 돌아서면 쉽게 힘들어하고, 쉽게 열등감에 빠질 나일지라도 마음을 다 잡아본다.)

 어릴 때는, 위인전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딸이 되고 싶었고, 명문대생이 되고싶었다. 대학생 때는, 빨리 취업해서 돈을 벌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욕망하는 바를 성취하기도 하였지만, 인생은 길다. 그런 순간은 잠깐이고, 그렇지 않을때가 더 많아 후회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다. ( 후회 자체가, 그 무슨 소용인가! 대한 무용성을 알면서도 말이다.)

 지금은 마음이 안녕한 사람이고 싶다. 그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 얼마 전, 클럽 하우스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가요?"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1레벨만큼 "행복"해 질 수 있더라.)

그래도 오늘은 글 한 편을, 썼기에 (그것도 긴 휴지기를 끝내고), 조금 더 행복해졌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면서도, 나 자신에게 소홀한 건 반성해야 할 일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은 "소네치카"라는 브런치 작가 부캐가 된다. 자주 행복해지기로 하자! 글의 맺음도 글로 하겠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한게 중요한데,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을때마다 음미하는 시로 행복하게 글을 끝내기로 하겠다.

서울 XXX구 , XXX동 내 집 아닌 집에 몸을 뉘인 미미한 존재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마치며...


지금 여기
행복이 있고

이제 거기
추억이 있고

멀리 저기에
그리움이 있다.

알아서 살자
- 나태주 '오늘'

 

 PS. 나태주 시인의 그 유명한 구절,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를 읽으며 위로 받았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많은 칭찬이 필요합니다 ㅋㅋㅋㅋ ( 남 의식은 안할 거지만,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망원’에서는 그곳만 가요. ‘책 발전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