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른이 된다.(1)
나는 단 한 번도 일출을 본 적이 없었다. 뭐 지금도 일출을 볼 생각은 없다.^^
2018년 겨울 큰언니와 형부가 불러 나갔다가 민기랑 강화도 바닷가에서 일몰을 처음 봤다.
문득 왜 일몰을, 일출을 보지 못했지? 생각했다. 남들은 새해를 맞이하러 그 먼 동해를 찾는다는데 그게 뭐라고 본 적도 없고 보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을까?
1. 일몰이나 일출을 보기 위해선 원하는 장소에 도착해 기다려야 한다. 해가 뜰 때까지. 혹은 질 때까지.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그날 알았어. 나에게는 일몰을 기다리는 그 순간이 너무 괴로웠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 민기, 언니와 형부 네 사람이 있는 그곳과 점점 지는 태양을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참고 일몰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나에겐 돌아갈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ㅎㅎ
그 덕분에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일몰을 봤고 태양이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찰나를 함께 할 수 있었다.^^
2.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일몰을 경험했지만 나는 왜 불안했던 걸까?
최근에 엄마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 중에서 그 이유 유추해 볼 수 있다. 때때로 우리 미미(강아지)는 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 밥을 먹지 않는 미미를 붙들고 어르고 달래고 밥을 먹이기 위해 노력한다. 단시간에 약 10분? 아니 5분 남짓 갖은 회유를 해도 미미가 끝내 입을 벌리지 않으면 그렇게 애달파하던 엄마는 순식간에 얼굴을 바꾼다.
“안 먹을 꺼면 죽어버려.”
“확 나가 죽어.”
지금까지 밥을 먹이지 못해 안달하던 엄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고 잔인하게 미미를 던진다. 엄마는 미미가 먹고 싶은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엄마의 이런 행동이 아마 어제오늘이 아니었을 텐데 최근에 자주 눈에 띄면서 나를 돌아보는데 도움이 됐다.
엄마는 아마도 우리 세 딸들을 모두 기다려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얼굴을 바꾸고 내 손에 들려 있던 것을 빼앗아 던지거나 혼이 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내가 몸을 일으켜서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시간이 나에게 충분하지 않았다. 미처 파악하기 전에 엄마는 화를 냈었으니까. 엄마에게 혼나기 전에 뭔가 행동을 빠르게 해야 했다. 덕분에 아주 많은 실수도 하고, 더 크게 혼나고, 할 수 있는 것들 앞에서 실패하고 망치는 일들이 많았다.
때때로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심부름으로 콩나물을 사 오라고 하면 두부를 사 오는 등의 실수를 많이 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들으면 나는 온몸이 불안과 긴장으로 떨린다. 실은 콩나물을 사 오라는 말을 못 들어서 두세 번 ‘뭐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묻는 말을 친절하게 답해줄 힘이 엄마에게는 없었고,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엄마에게 어려웠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더 묻지 못하고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그저 눈에 띄는 것을 사 왔던 것이다. 이런 내 사정을 알 리가 없는 부모님이 에피소드를 말할 때면 나는 그날의 어린아이가 되어 마음이 얼어붙어 긴장하게 된다. 기다려주지 않는 엄마에게서 언제나 긴장하고 불안했던 어린 나와 언니들. 우리 자매는 아마 잘 기다려주는 것이 뭔지 모르고 이 나이를 먹었던 건 아닐까.
(계속)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