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데 미워해 3

- 내 결핍을 인정하는 일은 어렵다.

by 손에 익은

4. 나는 꽤 자주 ‘잘 버티는 중이다.’ 또는 ‘잘 버티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쓴다. 무엇이 나를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게 했지?

기다리는 일을 잘하게 되는 일은 어렵다. 기다려도 괜찮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내가 알기까지 많은 실패(?)가 있었다. 기다리지 못하고 도망치거나, 기다리다가 포기하거나,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참지 못하고 망치는 일들이 있었던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많은 일들 중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다시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다. 중간에 포기하는 일들이 훨씬 쉽다. 언제나 해왔던 선택이니까.

알아차리는 것. 내가 기다리지 못하는구나. 인정하는 것. 나는 이것을 직면이라고 부른다.

이제 나는 자주 긴장하는 나를 직면해서 기다려도 된다고 긴장하고 있는 내 어깨도 토닥이고, 팔딱팔딱 활어처럼 뛰는 마음도 진정시킨다. 물론 직면했다고 갑자기 그동안의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직면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나를 직면하는 일을 시작하면 동시에 나를 둘러쌌던 견고한 성들이 흔들린다. 첫 번째는 기다리지 못하는 내가 일을 망치면서 했던 말들 “괜찮아 어차피 그 일을 내 것이 아니었어.” “하나님은 감당할만한 시련만 주셔. 이 일은 내가 할 수 없어서 안 주신 거야.” 이런 헛소리들이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이불 킥을 할지도 모른다. 때때로 나는 그때의 내가 떠오르면 허공에 대고 욕을 하기도 한다. ‘감당할 시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미친...’

내가 나를 위해 했던 거짓말들. 즉 나의 방어막이 흔들린다. 이 거짓말들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 숨는 일을 그만하고 나의 한계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 일이 두렵다. 여태껏 숨어 왔던 일상을 흔들어 숨지 말고 나가야 하는데, 그 발을 떼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시 숨으면 어렵게 인정한 내 모습에서 나아지지 못하는 나에게 또다시 실망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일상에 합리화라도 해야 버텼던 기억들이 떠올라 다시 숨고 싶어 진다. 그럼에도 되든 안 되든 해봐야 할 수 있는 일과 나의 한계를 알 수 있다. 그 일을 시작하는 일이면서 내 안전기저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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