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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기쁨 Jan 07. 2024

지속가능한 브랜드 창업, 실패의 값진 경험

2024년이 되었다.

2021년 3월에 인생 첫 창업 후,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어릴 때 꿈을 이뤘지만, 한 번에 성공하진 못했다.

사실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있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디자인하는 일이 정말 좋지만, 제품을 만들고 싶은 건지, 환경을 위해 만들고 싶지 않은 건지, 나조차도 확실히 노선을 정하지 못해서 마음속에서 갈등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이루고 싶고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문제 해결'이고, 내가 하는 일이 탁월하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확신이 없는 이상 무엇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21년 9월에는 가진 전 재산을 모두 털어 1년짜리 편집숍이자 작업실을 오픈했다. 왜 1년짜리냐 면, 편집숍을 해본 적도 없고 나는 친환경과 의류산업에 대해 무지했으며 모르니까 저지르면 수습하면서 배우겠지!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1년 이후의 계획 없이 무작정 오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을 오픈하고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경험을 얻었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내 인생을 바꿀 신앙이 생겼고, 내가 믿던 세계는 통째로 바뀌게 되었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진짜 내 삶을 움직이는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중에 눈물 흘릴 일도 많았지만, 덕분에 사업을 하는 이들 뒤에 숨은 눈물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게 되였달까

1년짜리 매장은 그래도 더 버텨보다 1년 반 정도 운영하고 정리하게 되었지만, 열심히 꾸렸던 공간을 너무나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고, 여러 브랜드들을 만나 그들의 정신이 담긴 제품을 소개하던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또 내가 브랜드들과 이야기 나누며 진심으로 좋다고 느낀 것에 사람들이 공감해 준 경험은, 내 속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다.


원래의 나는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라 내 일이나 꿈에 대해 이야길 하는 게 어색했지만 매장을 하며 인터뷰할 기회가 많이 생겼었고, 엄청나게 엉성한 나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귀 기울여주며 소개해 주신 기자님도 만났다. 이런 경험을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면 못했겠지

누가 와줄까 했었는데, 찾아와 준 고마운 분들과 몇몇은 지금도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고,, 한 분 한 분 얼굴을 떠올리면 너무 행복하다.

물론 매장 정리할 당시엔 나의 부족함에 무지 마음이 괴로웠다. 지나고 나니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그 후 나는 잠깐의 정비 기간을 가졌고, 한 달 전부터 한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에 입사해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대표님과 면접을 볼 때 최종 꿈을 물으셨다. 처음 창업할 용기를 냈던 때와 지금 여전히 내 최종 꿈은 동일하다고 대답했다. 롤 모델이라 생각했던 친환경 소각업체 대표님처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되지 못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다듬고 싶다. 


이제는 인생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읽을 게 한참 남은 책을 펼칠 때처럼 설렌다. 그리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올해는 지속 가능한 생산방식을 더 깊게 연구해 보자. 그리고 입사한 브랜드와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보는데 힘을 보태보자. 그리고 건강을 좀 더 돌보고 운동도 시작해 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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