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지기 친구와 함께 출간한 전자책 [사랑대물림]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인 '셉틱탱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4년간의 패션 디자이너 생활을 정리하고 정화조란 뜻의 '셉틱탱크'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한지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목이 출판사인데 패션브랜드라니? 사실 처음부터 '패션브랜드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선순환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였기에 저 한 줄의 소개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일을 벌였더랬죠. 패션과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다양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도 하고, 서울 홍제동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제로웨이스트숍을 차리기도 했습니다.(현재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작년에는 더현대 서울과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늘 마음이 따르는 일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출판사 대표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제게는 17년 지기 가장 오래된 친구가 있습니다. 현재는 아이 둘의 엄마이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친구의 글에 저의 그림을 더한 전자책 [사랑대물림]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겐 조금 특별한 가정사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오랜 가정폭력 속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친구는, 27살이 되던 해 길고 긴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친구의 아픔을 알게 된 건 15살의 어느 비 오는 날이었습니다.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된 날입니다. 하교 후엔 항상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멍 때리며 동네를 걷는 취미가 있었던 저는 저 멀리 우산도 쓰지 않고 걸어오는 친구를 보았습니다. 무릎은 찢어져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친구를 얼른 집에 데려가 치료해 주며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자주 쫓겨나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 늘 폭력이 뒤따른다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친구가 쫓겨나는 밤에 종종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27살 어느 날, 서울로 상경해 패션브랜드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밤에 전화가 울렸습니다. 친구가 드디어 극적으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갑자기 일어났고, 또 준비된 일처럼 진행되었습니다. 늘 자신의 행복은 후순위였던 친구는 그제서야 오랜 연인과 결혼하고, 두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극심한 입덧으로 힘든 과정 끝에 출산하고, 또 정신없이 육아하다가 어느덧 엄마의 모습에 성큼 가까워지는 친구가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최근 친구는 과거 아버지의 폭력과 현재 육아를 하며 느낀 이야기들을 브런치에서 정식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을 정말 잘 쓰고, 상도 곧잘 타오던 친구가 아버지의 뒷바라지하느라 작가의 꿈을 접어두고 사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제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친구의 글을 읽는데 감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가정폭력의 어두운 주제가 무색할 만큼, 소소하게 반짝이는 너무도 예쁜 사랑에 대한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두 딸을 둔 친구만이 할 수 있는 표현들로 가득한 글이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어릴 때 꿈을 이루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친구가 책을 낼 때, 제가 삽화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던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책을 좋아만 했지 출판이나 교정교열, 편집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하지만 하나씩 배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물론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페이지 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글꼴은 무얼 써야 할지, 자간과 행간을 몇으로 할지, 출판등록과 저작권은 어떻게 할지 등등 인디자인을 하나씩 배워가며 책다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은 그 어떤 일을 할 때보다 가슴이 뛰고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기분이었단 것입니다. 글을 편집하느라 반복해서 읽어도 질리지 않고 매번 행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열심히 만들되, 이 글을 누가 읽게 될지는 예측하지도 기대하지도 말고 떠내려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글이 여러 사람의 가슴속에 따뜻함을 전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또 이 책의 수익금 절반을 친구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 도움받았던 기관들에 기부하고자 합니다.
셉틱탱크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은 소외 아동 가정 기부에 동참하게 됩니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필수적인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부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2월 24일~4월 24일까지 두 달간의 판매기간 동안 모인 기부 금액은 홍은종합사회복지관의 소외가정 아동을 위한 [토요 돌봄 프로그램]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셉틱탱크-@septictank.store
작가 정규림- @jgyultgyulll
삽화 손기쁨-@songipeum
홍은종합사회복지관-@dongnation_7
[판매링크]
[e-book]사랑 대물림-작가 정규림 (septic-t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