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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기쁨 Feb 13. 2022

셉틱탱크 세 번째 퀘스트

 MEMPHIS BELLE x SEPTIC TANK 협업소식

 안녕하세요, 셉틱탱크입니다.​


 올해 3월 SEPTIC TANK는 지속 가능한 의류 브랜드 온라인 런칭을 시작으로, 10월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제로 웨이스트 리빙과 친환경, 업사이클링,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숍을 오픈하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상가 계약부터 인테리어, 입점 브랜드 제품 준비를 한 달 반 만에 혼자 진행하면서 너무 정신없던 탓에 매장 오픈기를 두 달이 지난 지금에야 쓰고 있습니다.

유리창 교체전 사진이라 빵 뚫려있습니다

 현재 오픈을 기념하여 정말 의미 있는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밀리터리 패션 & 업사이클링 스토어 'MEMPHIS BELLE (멤피스벨)'과 셉틱탱크의 협업을 정식으로 알리려 합니다.

 셉틱탱크와 멤피스벨은 어떤 접점으로 연결되었을까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군복의 느낌을 참 좋아했습니다. 물론 여성스러운 복식도 좋아했지만, 몇 번의 워싱이 된 면의 질감과 다운된 톤, 구조적인 디테일에 매료되었고, 저의 디자인 방식에 깊은 영향을 준 복식입니다. 또 저는 산업디자인 기반의 디테일을 좋아합니다.

출처 : The Vintage Showroom
1950's US Air Force
UK Forces War Records

 ​사용자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이유 있는 디테일에서 나오는 정교함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습니다. 군복은 특히나 실용적이고, 각 역할에 최적화된 포인트가 있습니다. 패션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죠.


 2016년 패션 전공하고 있을 때, 회현 지하상가를 지나다 한 밀리터리 매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묘에서 볼 법한 단지 밀리터리 구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닌, 묘하게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특색을 가진 매장이었죠.​

그곳에서의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세계 대전이 일어난 시간으로 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저를 놀라게 했던 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퀄리티의 에이프런을 대표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 구매한 첫 멤피스벨

'UNION MILITARY WORKS (유니온 밀리터리 웍스)' 라는 세컨드 브랜드 일환으로 제작한 초기 제품이었습니다. 판초로도 사용하는 1950-1970년대 폴란드군 "LAVVU" 텐트 오리지널 원단을 사용하여, 군용 스텐실과 페인팅을 수작업 한 '진짜'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UNION MILITARY WORKS (유니온 밀리터리 웍스)


메인 프로젝트인 "THE 25th COMBAT MISSIONS Project(:The25CMP)"가 한정 소량생산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이라면, 여러 협업을 통해서 조금은 대중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생산하여 합리적인 가격과 수량으로 고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만든 (U.M.W.)세컨드브랜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멤피스벨 김영식 대표님은 멤피스벨을 운영하기 이전 군 특수물자 수출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후 입점 브랜드 인연으로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보니, 살아있는 박물관 같달까요, 고증이 녹아있는 삶 그 자체셨죠.


 출처 : 고아웃 코리아 매거진


96년 오픈 초기에는 희귀한 데드스탁(미사용 재고)과 외국밀리터리 패션브랜드 제품들을 수입하여 판매하셨지만, 8년 전부터 미싱을 독학하여 밀리터리-업사이클링 가방들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자재들 역시 최대한 오리지널 고증을 담고 있어 제품마다 스토리텔링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


자, 이제부터 멤피스벨과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핵심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의류 대량생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군복은 모든 국가가 방위를 위해 국가예산의 많은 부분을 국방비로 집행하다 보니 군수물자의 대량생산으로 많은 수량의 군용 물자(military surplus)가 미사용 군잉여물자(deadstock)로 방출되어 대부분 대량 파쇄와 소각으로 이어집니다. 군수품은 그 역사가 긴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며 파기되는 것이 필수불가결의 현실이죠.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 25년간 지켜봐 왔던 멤피스벨과의 협업은 무엇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셉틱탱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은 흉내만 내는 것을 지양합니다. 각 분야마다 깊은 이해도와 노력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제작자를 모아, 저마다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퀘스트는 셉틱탱크가 나아갈 방향성의 초석을 닦는 프로젝트였고, 두 번째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이야기였죠.


 다가올 세 번째 퀘스트는 전 세계 전쟁 역사와 떼놓을 수 없는 '밀리터리 데드스탁'에 관한 주제입니다.


 셉틱탱크는 친환경 원단을 사용하여 새로운 옷을 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이미 나와있는 재고를 소진하는 일이라고 판단하여 먼저 농담 nongdamn과 협업 한 바 있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으로써 지난 25년간 군용물자(military surplus)와 군잉여물자(deadstock)들을 확보하며 멤피스벨이 쌓아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리빌드 의류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밀리터리 오리지널 재고는 지속적인 수급이 불가능합니다. 이를 이유로 대량생산이 어려우며,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과 오리지널리티를 기반으로 한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앞으로 밀리터리 오리지널 아이템이 멤피스벨의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어떤 모습으로 재해석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밀리터리

#셉틱탱크

#친환경

#업사이클

#멤피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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