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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기쁨 May 24. 2021

[프로젝트 셉틱탱크]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 '셉틱탱크'

안녕하세요. 셉틱탱크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사실 유튜브에 [프로젝트 셉틱탱크] 협업 영상을 공개하고 바로 제작기를 올리려고 했으나,

그동안 29CM 입점과 인터뷰 등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글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저의 혼란스러운 마음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엠제이 드마코가 부의 추월차선에서 언급한 '큰 그림 신드롬'이 딱 저의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 큰 그림을 그리다 오히려 스스로를 불안에 빠지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너무도 흔하디 흔한 감정이라지만, 극복하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쉽지 않더군요.


저에게 있어서 옷이란 평생 다지고 간직해오던 저의 감성을 제품화시키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저의 신념을 공고히 해주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옷을 제작해서 판매에 그치는 일이 지구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라는 부채감을 가지게 된 후부터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요소들을 혼자 힘으로 완성시키려고 애쓰다 보니 에너지가 많이 부족하더라구요.


완벽에 가까운 제품 순환의 고리를 내가 만들 수 있다면, 그 시스템 내에서 내가 원하는 작품세계를 마음껏 펼친다면 죄책감이 덜할 것이라 믿고 시작을 조금은 거창하게 나의 신념을 알리는데 집중하고자 했으나, '주객전도'가 된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회수 시스템을 생각해낸 건 후회하지 않습니다. 신생 브랜드에서 실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여전히 매 퀘스트마다 의미 있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마다 제품을 대하는 과정을 소통하고 싶고, 제품의 생애주기를 늘려드릴 예정입니다. 후에는 모든 기업에서 이런 선순환의 고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그렇게 많은 고민 끝에 불필요한 감정과 요소들을 정리하고 나니 불안감은 조절되고, 영감은 되살아 나더군요. 브랜드를 런칭하고 나서야 차차 '나 사용법'을 알아가고 있달까요?


불안감보다 디자인하는 즐거움에 둘러싸일 때 가장 좋은 옷이 나온다고 생각하며 다음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JOE) 와  조세핀(JOSEPHINE)


서론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25살 때 패션 공부하면서 잠깐 아트 컨설팅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인연이 닿은'에이플랜 컴퍼니'김현호 대표님과 브랜드 준비 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었습니다.


셉틱탱크 구상 초기에 가장 중요히 생각했던 상징인 조(JOE) 조세핀(JOSEPHINE)을 원래는 제가 직접 제작할 예정이었죠.

어떤 모습으로 나왔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만,,


혼자 하는 것보다 가치관이 맞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하는 게 어떻겠냐는 대표님의 제안에 박성배 조형작가님과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 작가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굉장히 멋진 작업들을 해오신 두 작가님과 협업할 기회가 생겼다는 게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었습니다. 저도 어서 차곡차곡 셉틱탱크의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PARK sung bae


박성배 작가님은 실제 동물의 모습과 캐릭터 사이의 간극, 이질감 등 다양한 감정에 대한 작업을 해오고 계십니다. 작업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예전 환경오염에 관련한 작업을 하시면서 느꼈던 회의감, '결국 작품 생산활동 자체가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셨단 말에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박성배 작가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arksungbae_815/



조세핀의 제작을 위해 박성배 작가님이 계신 파주 작업실을 방문했습니다.

고물상에서 열심히 뒤적여서 얻어낸 폐 부품들을 가지고 갔습니다.

조형물을 제작하는 데 정말 다양한 루트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성배 작가님께서 제가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해주셔서 점차 생각했던 모양이 나옴에 감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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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i

프로젝트에서 조세핀의 키비주얼 촬영을 해주신 박귀섭 작가님은 2010년까지 국립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시다 포토그래퍼로 전향하여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대표작 <Tree>는 미국 R & B 소울 싱어 송 라이터 Chester Jermaine "Lyfe"Jennings (라이프 제닝스) 5집 앨범 커버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에 러시아 번역본 표지를 장식한 바 있습니다.


박귀섭 작가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1984baki/



헨리 드레이퍼스가 디자인할 때 늘 염두했던 가상의 사용자 조세핀은 항상 편안해야 하며 행복해야 합니다.

조와 조세핀은 셉틱탱크 브랜드 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려주는 장치이자 상징입니다. 그 모양새는 계속해서 변화할 수도 있지만, 마치 '철수와 영희'처럼 우리 모두를 내포합니다.


오랜 시간 착용할 수 있는 제품에 포커스를 맞춘 셉틱탱크의 가치관을 장노출로 해석해주셨는데, 우연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빛의 표현이 정말 좋았습니다.


한 피사체의 시간이 겹겹이 쌓이는 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낸 결과물은 의외의 모습이었습니다.



끝으로 에이플랜 컴퍼니에서 제작한 [프로젝트 셉틱탱크]영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셉틱탱크 앞으로의 행보 기대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봬요!



▶[프로젝트 셉틱탱크]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x3D3hixIcI0


▶셉틱탱크 공식사이트  https://septic-tank.co.kr/

▶셉틱탱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eptic_tank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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