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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Jun 01. 2016

콜라병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병에 담긴 콜라


얼마 전, 집 앞 대형 할인마트를 갔다가 병에 담긴 콜라를 발견했다.

평소 콜라 애호가(?)였던 나는 점점 두터워져가는 복부층과 나의 건강을 우려하는 아내의 강력한 권고로 한동안 콜라를 구경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마트에서 재회를 하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요즘은 대부분 PET병 아니면 캔에 담긴 콜라만 마셨는데, 병에 담긴 콜라를 보는 것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 이었다.

<꼭 마시려는건 아니구 그냥 한번 사봤다.. 그냥..>



"The Gods Must Be Crazy"


콜라병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옛날에 봤던 영화도 하나 생각이 났다. 요즘 친구들은 알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코믹영화의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다.

바로 영화 [부시맨] !!

1980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원제목이 바로 [The Gods Must Be Crazy] 이다.


내용인 즉슨 이러하다.

평화로운 아프리카의 한 부족.

이들은 모두 순수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서로 화목하게 지내던 이들의 머리위로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가는데, 비행기 조종사는 다 마신 콜라병을 밖으로 던져버린다. 난생 처음 콜라병을 발견한 부족 사람들은 이것이 신의 물건이라 생각한다. 단단하고 투명한 이 물건은 곡식을 빻기에도 제격이고, 악기처럼 요상한 소리도 나는 것이 그들에겐 정말 탐나는 물건이었다. 서로가 탐내던 이 콜라병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본래 사이가 좋던 부족 사람들은 서로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결국 마을의 추장 카이는 이 병을 다시 신에게 돌려주기 위해 땅 끝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원래 사이가 좋던 마을 사람들 - 영화 "부시맨" 中 >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백인들과 문명사회에 대해 추장 카이가 스스로 내놓은 해석이 독백처럼 이어지는데, 그것이 가관이다. 담배를 피우는 백인남자를 보며 "불과 연기를 뿜는 신"이라고 하는 둥 웃지못할 헤프닝이 이어진다. 많은 웃음을 주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이지만, 조직의 화목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버릴줄 아는 부시맨의 지혜를 통해 이기적인 풍토가 만연한 요즈음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다.




"뭣이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이라는 영화를 봤다.

훌륭한 각본과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오랜만에 심장을 조이는 좋은 스릴러 영화를 만난 듯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 중에 기억나는 대사가 있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히 모르지 않느냐' 라는 의미에 지역 방언을 입힌 대사이다.

이 대사 그대로 '무엇이 중요한지'가 이 영화 속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된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것이 우리 삶 속에 마주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인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영화 "곡성" 中>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의 시작은 목적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보다는 눈 앞에 손익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인간의 연약함이자 한계이다.

인간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줄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

아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이언맨, 엑스맨 같은 초월적 능력의 히어로들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같은 매체가 없던 과거에도 물론 인간이 만든 이러한 히어로들이 존재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픽션이라는 개념이 없어 "신" 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존경과 두려움을 받았다. 하지만 그 가짜 "신"들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존재이기에, 모든 신화에는 인간의 사고가 함축되어있고, 시대상이 반영되어있기 마련이다. 한계가 없어야 하는 "신"에게 한계가 생겨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신"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했다.

그들의 능력을 궁금해했고,

그들의 계획과 그들의 뜻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들이 누구편인지 궁금해했다.

그러면 훌륭한 스토리텔러, 지금으로 말하자면 브라이언싱어(엑스맨의 감독)같은 사람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갈해줄만한 이야기를 통해 신화를 창조해 나갔다.

하지만 누구도 진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진짜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허상의 존재, 히어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스스로의 존재와 뜻과 계획에 관해 성경이라는 기록을 남기셨고,

그것을 통해 인간들이 하나님을 이해하도록 하셨다.

하지만 성경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었다.

인간의 구원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완전한 속성을 이해할 수는 없다.

수세기에 걸쳐 사람은 하나님에 대해 알고자 했지만, 인간의 유한한 지식에 무한한 존재를 담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이 만든 저 공중의 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하나님을 보여달라는 것이 옳으냐


흔히 우스갯이야기처럼 들려오는 말 중에 하나님을 보여달라는 친구에게 하나님이 만든 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하나님을 어떻게 보여달라하느냐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개기일식 때 많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보는 것을 보면 해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닌 것도 같다.

하지만 해를 볼 수 있다고 해서 하나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도 우리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간장 종지에 국을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은 인간 스스로 만든 세상의 지혜도 모두 이해하거나 담기 어려울 만큼 유한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 유한한 속성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믿음"의 영역이다.




믿음과 신뢰


한 사람이 눈을 감고 서서 뒤로 쓰러진다.

다른 한 사람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사람을 받아준다.

신뢰도 테스트라고 해서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일 눈을 감은 사람이 뒤에 있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끝까지 침착하게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나에겐 3살된 아들이 있는데,

가끔 이 녀석을 이해시키기 어려울 때가 있다.

왜 지금 밥을 먹어야 하는지?

왜 지금은 잠을 자야하는지?

왜 가위를 내려놓아야 하는지?

등등 내 입장에서는 정말 당연하고 사소한 문제지만

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인지, 도무지 내 주문대로 움직여주질 않을 때가 있다.

3살이라곤 하지만 이제 22개월 밖에 되지않은 이 아이에게 그렇다고 수면과 바이오리듬의 관계에 대해 설명할 수 없고, 영양 불균형이 초래할 노후 신체의 부작용에 대한 심각성을 설명할 수도 없다. 가위의 날카로운 엣지가 어떤 끔찍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그 예들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의 이야기를 믿고, 나의 뜻한바대로 따라준다면, 나는 이 아이가 원하는 로보트며, 인형이며, 자전거를 사줄 의향이 있다.


하나님도 그러하시지 않을까.

인간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하나님이 알려주신 길에 대하여 우리가 믿음으로 반응하길 기다리고 계신다. 그러면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우리가 우리 아들에게 하듯이 그렇게 주시려고 기다리실지 모른다.




콜라병


콜라병은 단지 음료를 담는 병일 뿐이다.

하지만 부시맨들에게 콜라병은 그 용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신의 물건이다.

우리의 모습이 마치 이와 같지 않을까.

정작 중요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전혀 생뚱맞은 것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인데도 우리는 마치 그것이 굉장한 것인냥.

의미부여를 과도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신의 뜻처럼 여겨지는 콜라병은 더이상 우리 곁에서 멀리 던져버려야 한다.

다행히 부시맨들의 추장은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뭣이 중헌지를...

그는 마을 사람들이 다시 전처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신의 물건을 멀리 보내버리기로 결정했다.

우리 삶에도 이와 같이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기를 바란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영화 "부시맨"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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