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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Jun 03. 2016

한국 축구

Vincent van Gogh


스페인戰


엊그제 야근을 마치고 퇴근을 서둘렀던 이유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을 보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직관을 안되고 TV중계를 보기 위해 서둘러 집에 도착한 나는 콜라 한 캔과 홈런볼 하나를 들고 TV를 켰다.

"손세이셔널"이라 불리우는 손흥민과 "기라드"라 불리우는 기성용까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여 한껏 기대를 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은 승리를 다짐하며, 팬들의 응원에 분명 좋은 결과를 보여줄거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6-1 이라는 큰 점수차를 내며 스페인 앞에 패배라는 처참한 결과를 내놓았다.

언론에서는 이에 선수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두고 확대해석하며 비난에 가까운 평가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축구팬으로서 패배는 아쉽고 쓰라리지만, 축구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

축구공은 둥글다


흔히 해설자들이 하는 말로 "축구공은 둥글다" 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강팀, 약팀이라 단정지어 평가할 순 없겠지만, 몇가지 객관적인 지표들과 랭킹이라는 잣대를 통해 약팀과 강팀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승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결과는 늘 엎치락뒤치락 될 수 있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축구경기에 임하는 선수, 코칭스탭뿐만 아니라 경기장과 TV를 통해 지켜보며 응원하는 모든 팬들의 입장에서 순간순간 터지는 Goal이 가져다 주는 희열과 패배감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결과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선수의 실수를 들춰내거나 부진했던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축구팬으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같은 경우,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선수의 경기내용이 부진하고 또 경기 이후 했던 행동에 대해 '몰지각하다', '버릇없다' 라는 둥 비난을 쏟아내는 일부 언론과 사람들이 있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운동 선수가 현장에서 승부욕도 없이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면 차라리 축구경기가 아닌 바둑경기를 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물론 바둑기사분들의 열정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마 전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집중된 이목에 본인도 함께 참여하여 응원하였으며 바둑기사들의 열정과 뛰어난 플레이에 감탄은 한 바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바둑의 대국에서도 언제나 승자와 패자는 반드시 존재하며, 그것이 누가 될지는 돌을 던지기 전까진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승리를 원한다


바둑이든 축구든.. 모든 스포츠 종목의 목적은 같다.

바로 승리!

지기 위해 하는 경기는 없다.

비기기 위해 하는 경기도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승부조작일 것이다.

정직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승리를 원한다.

하지만 승리 중에서도 약체으로 평가되는 팀이 자신보다 강한팀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

우리는 더 크게 환호한다.

이것은 기량의 차이는 분명 드러나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법칙은 아닐뿐더러 경기결과는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승리하는 팀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늘 패배하는 팀이 있을 수도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고1 이었던 나는 대한민국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옷장에서 붉은 색 유니폼을 꺼내 입고 거리로 응원을 나갔다.

그땐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람이 모일만한 모든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세워지고 모두가 거리에서 목소리를 합하여 응원을 했다.

경기장안에서만 축구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 모든 곳이 마치 경기장 안과 같았다.

볼이 골대를 빗겨가면 모든 거리에서 탄식이

골이 들어가는 순간에는 모든 거리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야말로 축제였다.

이러한 축제의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월드컵에서 한 골 넣는 것을 목표로 하던 대한민국이 4강까지 올라갔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정말 잘하는 종목 쇼트트랙이나, 양궁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도 전율이 느껴지는데 늘 세계 강팀들을 우러러만 보며 하위권에 머물던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 4위까지 올라간 것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축구팬들이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아직도 모든 경기, 모든 골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내가 어느 장소에서 어느 경기를 누구와 봤는지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로 그 날의 감동은 엄청났다.

사실 경기와 골 장면은 월드컵 이후로도 TV에서 연일 재방송으로 보여줬었는데 언론조차 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었나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봐야할 것은, 축구에 있어서 변방의 나라인 대한민국에게 일격을 당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 스페인, 포루투갈과 같은 나라의 선수들과 팬들은 충격이 상당했으리라. 이후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던 안정환 선수의 자가용 승용차가 성난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작살(?)나는 무서운 사건들도 있었는데, 친선평가전도 아닌 월드컵 본선에서 당한 패배의 충격은 어제 우리나라가 스페인에게 6-1로 패한 것보다 더 큰 충격파로 그들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Vincent van Gogh


축구 얘기를 하다가 전혀 생뚱맞게 왠 고흐?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와 좌절에 대하여 고흐의 생각을 들어보자.


고흐는 네덜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이다.

1880년대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로 너무나도 유명한 그와 그 작품들이 있다.

정신적인 병으로 인해 자신의 귀를 자르기도 했던 고흐는 유채화(Oil on canvas), 수채화(Watercolour on paper)에 있어서 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을 평가 받고 있지만, 그도 처음부터 수채화를 잘 그렸던 것은 아니다.


<The Night Café in Arles, Vincent Van Gogh, 1888, Watercolour on paper>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 Vincent van Gogh -


우리는 잘 그리는 것,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잘 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없이 걸음마를 잘 하는 사람이 없듯이,

무엇이든 처음부터 실수 없이 잘 할 수는 없겠지만

만일 어떤 사람이 처음부터 실수없이 늘 잘하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큰 기쁨이나 성취감을 얻진 못할 것이다.

기타를 치는 사람도, 요리를 하는 사람도

모두가 연습생, 견습생 시절을 거치며, 손에 굳은 살과 수 없이 많이 베인 상처를 겪어야만

인정받을만한 일류로 거듭나는 것이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중 앎이로다.
-롬 5:3~4-


성경에서도 이와같이 우리앞에 오는 환난에 대하여 인내와 연단을 통해 소망을 바라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쇠가 튼튼한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불과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통해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치듯 우리의 인생에도 이와같은 망치질이 필요하다.




Cheer up!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몇번의 쓰라린 패배가 더 남아있을지 모른다.

아마 어제의 스페인전보다 더 치욕적인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패배를 자양분 삼아, 조금씩 성장해 나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축구에서의 승리가 쉬운 것이었다면,

우리가 그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쓰라린 패배가 있기에 승리의 짜릿함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우리는 축구를 하고, 또 응원을 해야할 것이다.


축구 뿐만이 아니다.

좁게는 스포츠라는 것이지만,

넓게는 인생 가운데 수없이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을것인데,

그 앞에 두려움과 좌절감으로 무릎꿇기보단 인내와 연단으로 당당하게 소망하는 삶이 되길 모두 앞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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