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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Jun 01. 2016

나를 위해 울지마세요

울지마, 톤즈!(Don't Cry for me Sudan)



의대생


한 남자가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가족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인 아프리카 수단(SUDAN)으로 떠났다. 

그곳은 오랜 내전으로 지금도 총격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가기를 꺼려한다. 


<톤즈(Tonj)는 남수단(South Sudan)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곳에 사는 수단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서로를 향한 미움과 증오, 분노와 불신이 그들 속에 가득했다.

가난과 질병 역시 그들을 괴롭혔다.

그들은 재산 목록 1호인 소와 가축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로 인하여 그들은 아프거나 힘들어도, 가족이 죽어도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열악하고 처참한 삶 속에서 감정이 메말라 버린 것이다. 


바로 그곳에서 그 사람들을 위해 남자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병원을 지었으며,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그가 머무르던 진료소에는 하루에 300명이 넘는 환자가 찾아왔지만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2일 동안이나 걸어서 올 정도로 먼 곳에서 온 환자도 있었기에 마다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잠을 자던 새벽에 진료소 문을 두드리면 결코 그들이 두 번 문을 두드리게 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그들을 돌봐주었다.


그는 정말 그들을 사랑하는 의사였다. 


그는 아무도 찾지 않고 버려진 한센병 환자들에게 친히 찾아가 그들을 보듬어 주고 그들의 뭉그러진 손을 잡아 주었다. 발가락이 썩어 잘려나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특별 제작한 신발도 만들어 주었고,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그리고 늘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모두가 가난한 수단에서도 철저하게 버려진 삶을 살아가는 한센인들. 그러나 그는 그의 저서에서, 감사할 줄 알고, 기쁘게 사는 한센인들에게서 그리스도 모습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나로 하여금 소중한 많은 것들을 뒤로 한 채 이곳까지 오게 한 것도,
후회없이 기쁘게 살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존재를 체험하게 만드는 한센인들의 신비스러운 힘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게 된다.

- 故이태석 신부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中 -



부디, 나를 위해 울지마세요


그는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악기도 가르쳤다.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아이들이 이제 더이상은 총을 잡지 않고 악기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웃음과 즐거움이 사치이던 마을은 그로 인하여 사람이 사는 마을로 변화되어 갔다. 


<故 이태석 신부와 톤즈의 아이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 휴가를 온 그는 자신이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낙담했다.

자신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아프리카를 위해 투병을 결심하고 항암치료를 받는다.

16번의 고통스런 항암치료 가운데에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3개월 후 주님의 곁으로 가게 된다. 


그의 죽음을 소식으로 접한 아프리카 수단의 사람들은 슬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

강인함과 용맹함을 믿기에 눈물을 수치로 여겼던 그 사람들...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보다는 분노를 느꼈던 그 사람들...


그들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마흔 여덟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 생을 통해 아프리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려준 故 이태석 신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꽃이나 빛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하나님의 사람이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故 이태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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