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영 May 24. 2016

무한상사

직상생활의 비결 : 이판사판(理判事判)이다!



나 십잡스야! 누구 하나 날 무시할 수 없어!


무한상사를 보던 나는 박명수 차장이 '십잡스(10Jobs)'란 별명을 얻었을 때, 완전 '빵' 터졌다!

역시 무한상사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10Jobs 박차장님~!^^>


한창 구직자로서 활동하던 나에게 무한상사는 직장인으로서 사회생활에 대한 로망을 갖게 해줬다.

물론 사실, 실제 직장인들의 느낌에서 많이 벗어나 웃음을 주기 위한 꽁트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지금은 정대리가 병가중인데다가 노대리, 길인턴은... 뭐 어쨌든 지금 공석이라서 예전보다 허전한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각 구성원들의 캐릭터는 분명하다.


초고속 승진으로 매우 유능한 것 같지만, 괜히 아랫사람들 말 꼬투리만 잘 잡고 부서 업무추진력을 보면 꼭 능력이 출중한 것 같지는 않은 유부장.

아랫사람들은 전혀 신경안쓰고 오직 자기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부장님 눈치만 보는 박차장.

수석이었으나 나무에서 떨어져 그림실력 빼곤 바보가 된 정과장.

컵라면을 사랑하고 대리운전하느라 피곤해 결국 병가를 낸 정대리.

패셔니스타이자 아부의 왕, 그러나 인사권이 없는 상사는 상사로 보지않는 노대리.

패셔니스타이고픈 하사원(자칭 회장 아들 컨셉으로 시작했으나, GD등장 이후 끝).

미생 길인턴.

그리고 새로 영입된 우정의 아이콘 황사원(직장생활보다 친구생일이 우선ㅋ).


무한상사 야유회편, 무한상사 정리해고편 등 주옥같은 장면을 남긴 무한상사는 순수하게 개인의 취향이지만, 내가 정말 즐겨보는 꽁트다.


나도 이제 어느덧 직장생활 4년차, 이름 석자 앞에 드디어 "대리"라는 직함을 달았다.

이전에는 대리라는 직함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대리라는 직함의 뜻은 무엇일까 하고 전혀 뜬금없이 사전을 찾아보았을 때 난 그 의미를 알고 매우 실망했다.


대리[代理]
은행이나 회사 따위의 집단에서 부장, 지점장, 과장 등의 직무를 대신하는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
흔히 유사시 과장의 직무를 대신할 수 있는,
과장 바로 아래의 고정된 직위를 이르기도 한다.

와우...

흔히 우스갯소리로 '일을 대신하라 해서 대리야, 얼른 일해~' 라는 이야길 듣곤 했지만...

정말 이런 의미일 줄은...

하여튼 재미있는 의미이다.


<무한상사 정대리는 병가중...ㅠ>


그런데 사실 이런 "대리"라는 직함이 가진 의미는 나의 직장생활에 대한 신조와는 다소 맞지 않게 생각되기도 한다. 나의 직장생활에 대한 신조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이기 때문이다.

'이판사판'은 사실 불교에서 파생된 성어이지만, 나는 청년시절 교회 목사님을 통해 그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판사판이라고? 너무 막나가는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판사판의 그 의미를 보면 사회생활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아주 중요한 질서임을 알 수 있다.


이판사판[理判事判]

조선이 건국되면서부터 신세력은 과거 고려의 지배세력이 숭배했던 불교를 억압하고 새로이 유교를 세우는 억불숭유[儒] 사상을 건국이념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의 승려는 최하위 계층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게 되는데, 이들은 불교를 지켜내기 위해 두 가지 모양으로 나뉘게 된다.

절을 지키는 것과 불교사상을 지켜내는 것이 그 두가지 일이였다.

일부 승려는 절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여러가지 노역을 감당해야 했다. 기록된 바, 종이를 만들거나, 성을 축조하는 노동력으로서 일을 감당해왔다고 되어있는데 이와 같이 일을 하는 승려들을 일컬어 "사판승[僧]" 이라 했다.

또한 이들과 다르게 산으로 숨어들어간 승려가 있었는데, 이들은 불교사상, 불법을 지켜 계승하고자 권력의 탄압을 피해 산 속에 은둔하며 이른바 참선과 공부를 해왔는데 이들을 일컬어 "이판승[僧]" 이라 했다. 지금의 많은 사찰들이 산 속에 대부분 존재하는 것도 이 시기 권력의 탄압을 피해 산 속 은둔을 하기 위해 올라간 승려들이 세운 사찰로서의 이유도 있다.


이판사판이란 단어는 이판승과 사판승의 이름이 합쳐져 난 것으로, 당시 최하층민으로서 불교에 대한 심각한 탄압을 겪던 이 때에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바닥 인생을 사는 것과 같았다. 때문에 이판사판이라는 것이 막장,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상황에 빗대어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도 해석이된다.

이판승과 사판승은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 사찰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사찰의 살림을 맡아 일을 하는 사판승과 공부를 해서 법도를 가르치는 이판승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판승과 사판승이 서로의 영역에 대해 간섭하고 침범하여 두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질때 그 사찰도 명맥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여 한 조직내 구성원들간에 역할이 명확하지 않고 상호 협조되지 않는 조직은 와해되려는 시기의 전초와 같다는 의미로 이판사판의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내가 이야기 하는 이판사판이란 후자의 의미이다.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다름아닌 일과 책임의 전가, 이기적인 일처리와 상호간에 비협조로 인함이기 때문이다. "대리"라는 직급의 의미가 어쩌면 본연에 역할과 책임보다는 상급자의 직무를 대신하는 자로서 뚜렷한 역할 구분이 없는 그야말로 이판사판의 상황처럼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런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거라고 믿는다.

자신의 맡은바 소임과 책임을 안기전에 상급자의 직무를 조금이나마 경험함을 통해 그 무게를 미리 가늠해보고, 후에 진정한 책임자로서 역할을 하기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조직에서의 역할과 질서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지 그러하다.

방송, 영업, IT 등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의 역할이 나뉘고 구분되며 협조 통해 끊임없는 시너지를 발생한다. 2011년 미사리의 여름, 정말 큰 감동을 주었던 무한도전 조정 특집.

모두가 사력을 다해도 한 사람이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배가 갈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볼 수 있었듯이, 조직에서 역할에 대한 질서와 상호 역할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우린 배웠다. 필요없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모든 이가 함께 호흡하고 노를 저어야만 배는 가라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뜨거웠던 여름, 뜨거웠던 미사리의 감동>

 


무한상사

무한상사에는 질서가 없어보인다.

마치 조직의 막장을 보는 이판사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무질서해보이는 그들속에 분명한 캐릭터로서 각자의 역할이 감초가 되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는 직원들의 말과 행동을 서로가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무질서 속의 질서.

지금은 비록 무질서를 유발하는 문제아(?)적인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터라 그 자체로도 조용하고 왠지 역동성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들이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채우고, 말도안되는 상황들로 잠잠했던 수면에 마중물이 되어 웃음을 끌어올리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무한상사 야유회^^>


매거진의 이전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