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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Jun 13. 2024

도말(塗抹)

새벽#42일차 이사야 43:22-28

(이사야 43:22-28)
22. 그러나 야곱아 너는 나를 부르지 아니하였고 이스라엘아 너는 나를 괴롭게 여겼으며
23. 네 번제의 양을 내게로 가져오지 아니하였고 네 제물로 나를 공경하지 아니하였느니라 나는 제물로 말미암아 너를 수고롭게 하지 아니하였고 유향으로 말미암아 너를 괴롭게 하지 아니하였거늘
24. 너는 나를 위하여 돈으로 향품을 사지 아니하며 희생의 기름으로 나를 흡족하게 하지 아니하고 네 죄짐으로 나를 수고롭게 하며 네 죄악으로 나를 괴롭게 하였느니라
25.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26. 너는 나에게 기억이 나게 하라 우리가 함께 변론하자 너는 말하여 네가 의로움을 나타내라
27. 네 시조가 범죄하였고 너의 교사들이 나를 배반하였나니
28. 그러므로 내가 성소의 어른들을 욕되게 하며 야곱이 진멸 당하도록 내어 주며 이스라엘이 비방거리가 되게 하리라


자동차 도색하기

아내의 차에는 사방에 상처가 있다. 본넷, 트렁크, 범퍼, 사이드미러 등등 크게 상한 부위는 없지만, 조금씩 긁히거나 찌그러진 부분도 있다. 대부분 아내가 운전하다가 운전미숙으로 인해 기둥이나 벽에 닿았거나, 다른 차에 부딪혀서 얻은 상처들이다. 보험 덕분에 그동안 입히고 입은 피해들에 대한 보상은 잘 이루어졌다. 이런 자동차의 스크래치들은 도색을 통해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쪽 같이 복원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오늘 말씀 속에서 '도말(塗抹)'하다는 말의 첫번째 사전적 의미는 바로 도색과 같이 '발라서 드러나지 않게 가린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와 허물을 도말하신다는 것은 단지 보이지 않게끔 가려주신다는 것일까? 그렇지만 이런 의미라면 덧칠한 페인트 아래에는 여전히 상처가 남아있듯이 우리의 죄도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하나님은 도말하신 후에 기억하지 않겠다고도 말씀하신다. 이것은 단지 모른체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기억의 아이러니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실 '기억할게'라는 말은 가능한 일이지만, '기억하지 않을게'라는 건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언어 및 인지과학과의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교수는 자신의 저서 <The all new don't think of an elephant!(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통해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을 설명했는데, 이는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사람이 인지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이다.


쉽게말해, 기억하지 않으려는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명확할수록 그 사실이 더욱 머릿속에 프레임화 되어 남게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때문에 우리의 죄를 기억하지 않겠다는 것은 도리어 우리의 죄를 기억하되 모른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도말'에는 세번째 사전적 의미로서 '어떤 존재를 완전히 없애다'라는 의미가 있었고, 성경의 영문에서도 이를 'Blot out' 이라 하여 '삭제하다, 지우다'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on’t think of an elephant”<AI 생성 이미지>
값을 대신 치르는 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죄를 도말하시겠다는 것은 더이상 우리에게 죄가 없다고 하시는 것과 같다. 그러나 죄에 대한 마땅한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며, 기독교에서는 그 죄에 대한 값을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기가 지은 잘못은 아니었지만,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으로서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는 사명을 감당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 본넷에 난 스크래치를 완전히 흔적조차 없게 하려면, 본넷을 교체하는 방법 밖에 없다. 바로 이게 하나님의 방식이었다. 죄가 있는 우리의 생명을 예수님의 생명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본질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완성되며, 이것을 가능하게 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시작한다. 이 은혜의 본질을 잘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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