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영 Jul 08. 2024

곤고(困苦)

새벽#55일차 이사야 54:11-17

(이사야 54:11-17)
11. 너 곤고하며 광풍에 요동하여 안위를 받지 못한 자여 보라 내가 화려한 채색으로 네 돌 사이에 더하며 청옥으로 네 기초를 쌓으며
12. 홍보석으로 네 성벽을 지으며 석류석으로 네 성문을 만들고 네 지경을 다 보석으로 꾸밀 것이며
13. 네 모든 자녀는 여호와의 교훈을 받을 것이니 네 자녀에게는 큰 평안이 있을 것이며
14. 너는 공의로 설 것이며 학대가 네게서 멀어질 것인즉 네가 두려워하지 아니할 것이며 공포도 네게 가까이하지 못할 것이라
15. 보라 그들이 분쟁을 일으킬지라도 나로 말미암지 아니한 것이니 누구든지 너와 분쟁을 일으키는 자는 너로 말미암아 패망하리라
16. 보라 숯불을 불어서 자기가 쓸 만한 연장을 제조하는 장인도 내가 창조하였고 파괴하며 진멸하는 자도 내가 창조하였은즉
17. 너를 치려고 제조된 모든 연장이 쓸모가 없을 것이라 일어나 너를 대적하여 송사하는 모든 혀는 네게 정죄를 당하리니 이는 여호와의 종들의 기업이요 이는 그들이 내게서 얻은 공의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Learning how to speak is suddenly easy.
First you have to learn how to be silent.


시인 박노해는 "말하는 것은 어느새 쉽게 배워버린다. 먼저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태어나서 첫 돌이 될 무렵 '엄마', '아빠'부터 시작해서 한 음절 한 음절 따라하며 말을 배운다. 언제쯤 되어야 유창하게 말을 할까 싶지만, 어느새 조잘조잘 하루종일 떠들어대는 아이들을 보면 인간의 언어 습득력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이 말한대로, 우리는 말하는 법보다 침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침묵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운전자 뒷자석에서, 기도시간에, 설교시간에 쉬지 않고 떠들어 대는 아이들에게 "제발 조용히 좀 해주겠니" 라고 수십 번을 요청하지만 효력은 불과 10초 남짓이다.


아이들만 나무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모습에 비추어 하나님 앞에서의 나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 역시 침묵보단 떠들기를 쉬지 않고 해왔다. 기도랍시고 앉아서 하나님이 대답주실 틈도 없이 내 하고 싶은 말만 쭉 하다가 내 요구사항이 끝나면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나서 돌아나와버렸다. 아마 이런 나를 보며 하나님께서도 '오 제발 잠시라도 입 좀 다물어보지 않으렴?' 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오늘 말씀 속에 '곤고(苦)하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어려움이 닥쳐왔는데 내가 극복할 능력과 힘이 없어 고스란히 모든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때문에 어려운 처지나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기도의 본질은 내가 해결할 수 없고 버틸 수 없을 때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의 응답을 구하는 것인데, 정작 구해야 할 것을 기다리지 않는 섣부른 기도의 모습이 내게 있지 않았나 싶다.


인생(人生)도 어떻게 보면 외력(外力)과 내력(內力)의 싸움이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한 대사이다. 인생의 외력을 버티기 위해서는 내력의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세상은 그 내력을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자 한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성도의 내력은 하나님께 의지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나의 힘으로 가능하지 못한 어려움도 하나님께 의지함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 잠잠히 기다리며 곤고한 나의 상황 가운데 버틸만한 기초를 세워가실 하나님의 계획과 역사를 기대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