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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Dec 21. 2024

스타벅스에 간 엘리야(Elijah)

그릿시냇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커피(Coffee)

저는 커피를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에 500ml 정도 되는 커피를 평균 2~3잔은 필수로 마십니다. 학생 때는 이정도까진 아니고 자판기 커피 한 두잔이면 충분했는데, 지금 저의 몸은 카페인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직장인들에게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도 아침에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 세시를 넘어가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한 잔 더 밀어넣습니다.


요즘엔 참 다양한 카페 브랜드가 주변에 많이 생겼습니다.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주변에 스타벅스(Starbucks)라는 카페를 직원들과 종종 가곤 합니다. 그런데 이 스타벅스를 갈 때마다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설교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설교를 들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꾸 그때의 설교하시는 목사님의 목소리와 찬양노래가 선명하게 들리는 듯 합니다.


그릿(Kerith) 시냇가

그때 들었던 말씀은, 열왕기상이었는데 아합과 엘리야 선지자가 대결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엘리야는 아합과의 영적전쟁에서 승리하였지만, 그에 앞서 하나님께서 그를 어떻게 단련시켜 왔는가를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당시 엘리야는 능력있고 순종하는 선지자였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이라면 세상의 불의한 권력에 굴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순종하는 선지자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그릿 시냇가로 보내어 철저히 고립되게 만드셨습니다. 그곳에서 엘리야는 유일한 공급자 되시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함없이

 하나님 당신의 자녀들을 지키시고

 한량없는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일용할 양식을 날마다 공급해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


이것이 바로 그 날 목사님이 주신, 아니 하나님이 목사님을 통해 주신 메세지였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부모님의 투병으로 참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는 그 시간들이 정말 외롭고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그릿시냇가 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아내 역시 자신만의 그릿시냇가에서 힘겹게 신음하는 것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때 마다 이 설교를 떠올리며 '유일한 해결책은 하나님이다.' '유일한 공급자는 하나님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도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전히 그릿시냇가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지금 여기 보내신 분이 하나님 이시라면 나에게도 엘리야 처럼 견고한 믿음으로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믿음을 여전히 붙잡고 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엘리야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시니 그렇게 이루어가실 줄 믿습니다.


에이허브(Ahab)

아, 스타벅스카페에서 설교를 올린 이유는 조금 엉뚱한 데에 있습니다. 오래 봤던 '모비딕(Moby-Dick)'이라는 고전 소설 등장인물의 이름 '에이허브(Ahab) 선장'과 북이스라엘의 '아합(Ahab)'왕의 이름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둘은 묘하게 닮아있었는데요, 아합 왕이 하나님의 권능에 도전하여 싸운 것과 비슷하게 에이허브 선장도 자연에 맞서려는 무모한 항해를 강행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경 속에 아합 왕과 맞서 영적 전투를 벌였던 엘리야 선지자가 있었다면, 에이허브 선장 옆에는 '스타벅(Starbuck)'이라는 일등항해사가 있었습니다. 무모한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에 맞섰던 인물이 일등항해사 스타벅이었죠. 사실 두 개의 스토리와 각 인물들 간에 더 이상의 개연성은 없지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스타벅스 - 엘리야 - 그릿시냇가로 이어지면서 종종 제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엉뚱하지만, 이렇게라도 일상에서 말씀을 기억나게 하심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본전(本錢)

얼마 전, 교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무슨 대화 중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화하는 중에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녀석이 "오빠, 그러니깐 믿어야 본전이지" 라고 말하자 저와 아내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밑져야 본전이지' 라는 말을 어설프게 알아서 '믿어야 본전이지' 라고 실수로 말 한 것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 그래 믿어야 본전도 틀린 말은 아니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믿음이 없다면 그것이야 말로 빈털털이요, 하나님이 일하실 것을 믿는 것이 성도에겐 본전(本錢)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그릿 시냇가에서 나오지 못한채 '이번이 마지막일까? 내년에도 그대로면 어떡하지?' 하는 절망같은 희망을 놓지 않외로운 영적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둘째 아이의 입술을 통해 저에게 신실하신 하나님이 일하실 것을 결코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오 신실하신 아버지여

 늘 함께 계시니 두렴없네

 그 사랑 변찮고 날 지키시며

 어제나 오늘이 한결같네

 오 신실하신 주

 오 신실하신 주

 날마다 자비를 베푸시며

 일용할 모든 것 내려주시니

 오 신실하신 주

 나의 구주"


올 한해 내게 공급주셨던 하나님께서 새해에도 여전히 나의 생명되실 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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