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함을 세탁합니다.

워시 앤 클린 자양점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로 13가길 7)

by 갈미송
세탁소 외관.heic 워시 앤 클린 자양점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로 13가길 7)

한가득 이불을 지고 10분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세탁방이 있다. 바로 워시 앤 클린 자양점이다. 구의역에서 자양골목시장으로 진입하는 초입, 이 세탁방은 많은 사람들이 오다가다 쉽게 볼 수 있는 모퉁이에 위치해 있다. 세탁방이면서 무인 카페이기도 한 이곳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구조라 생긴 지 오래되진 않았어도 명실상부한 자양동 사랑방이 되었다.


자양동 어르신들은 가끔 이곳에 모여 수다를 떤다. 가끔씩은 드라마를 보시고 가끔씩은 그냥 앉아 있다 가신다. 그리고 진짜 가끔씩은 종종 빨래도 하러 오신다. 그럴 때면 나는 세탁요정이 되어 어르신들의 세탁을 돕는다. 불쑥 궁금해진다. ‘아무도 없는 무인 세탁방에 어떻게 어르신들이 이렇게 자주 오실 수 있지?’ 그리고 둘러보는 세탁방 안에서 답을 발견한다.


얼굴도 모르는 세탁방 사장님은 코르크로 된 게시판을 하나 두었다. 사람들이 불편한 사항들을 적어서 꽂아두면 그 아래 정성스럽게 답변한다. 그렇게 모아둔 메모는 한쪽에 예쁘게 차곡차곡 쌓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개선된 사항들도 공지사항 마냥 적어 두신다. 한때 불만이 가득했던 게시판은 동네 사랑방 게시판이 되었다. 사장님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부터 귀여운 그림, 날씨 조심하라는 다정한 메모, 감사 인사까지 다양한 메모들을 보며 얼굴도 모르지만 귀여운 자양동 주민들을 만난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이 공간은 누군가의 다정한 돌봄 덕분에 누구에게나 편한 공간이 된다. 나는 이곳에서 세탁을 하는 동안 책을 읽고 작업을 하고 사람들이 남긴 메모를 몰래 훔쳐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리곤 ‘내가 이 공간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며 소소한 감탄을 한다.


그렇게 건조까지 마치고 난 포근한 이불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왠지 마음도 포근해진다.

자양동 세탁소.HEIC
세탁소 게시판.HEIC
세탁방에 가면 다양한 필체로 적힌 사람들의 메모를 하나씩 읽어본다 세탁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