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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Nov 24. 2018

눈 내리는 11월, 요즘 나의 이야기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며칠 전에 입사한 지 300일을 맞았다. 어언 1년이라니 장하다 송사원! 여전히 서툴고 모르는 것이 많지만 마케팅 업무에도 조금 익숙해졌고, 사람들이 말하던 사회생활이 이런 거였구나 깨닫는 매일이다. 책임감이나 사명감 같은 것들보다 나의 실력이 미미하다 여겨져 자책하는 나날도 많지만. 또, 내가 맡고 있는 제품들이나 브랜드가 나땜에 망하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도 된다. (뒤에서 마케팅하는 게 사실 26살 신입사원 저예요...)






요즘 내 마음은 그렇다. 위의 트윗을 빌리자면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할 자신이 없는 죄책감과 사실은 하고 싶지 않은 나에 대한 혐오를 뒤죽박죽 끌어안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 나를 두고 어떤 어른은 이렇게 조언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하려는 마음 때문에 너무 여유 없이 산다고. 그게 아니라면 욜로를 외치며 맘 편하게 백수 노릇 하며 살기 십상이라고. 돈 모으는 것도 직업도, 명예도 그게 다 무어냐, 나는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겠다 하는 그런 말들이 난무하니까. TV 프로그램 속에서도 여유를 찾아 떠나는 연예인들의 YOLO 라이프가 줄줄이 이어지니까. 나를 포함한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이유는 뭘까?


나만해도 그렇다. 학창 시절엔 공부만 잘하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고, 대학교 다니면서는 좋은 직업, 멋진 회사에 들어가면 남들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하지만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이십대 중반을 지난 직장인이 된 지금은 슬프게도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너도, 나도, 내 친구도, 우리 부모님도, 짜증나는 직장상사도, 옆 팀의 선배도, 반짝반짝 빛나는 톱스타도 다들 이렇게 살 거다.





저번주 주말엔 우울함이 심해져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노련한 상담소장님이 앉아 계셨다. 나는 직장 문제부터 거론하며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그녀에게 장장 한 시간 동안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에 조금은 과하게 공감하던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셨나요?" 망치에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회사에 다니기 전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거슬러 생각해보니 그때도 썩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우울함의 빈도수가 늘어난 건 맞지만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말을 곱씹어보니 요즘 반복되는 우울감과 무력감이 꼭 회사 탓만은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다. 원인은 내게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답답하고 죄스러워졌다. 나 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주어진 상황이 힘들다고 징징댄 것 같아 민망했다.


그래서 올 겨울엔 우울함의 역치를 높여볼 계획이다. 나를 보듬는 건 결국 나뿐이니까 사랑받아 마땅한 나를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해보아야겠다.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대신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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