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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Aug 15. 2018

최형아 <굿바이, 세븐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


얼마 전 우리를 뜨겁게 달구었미투(Me too) 운동. 그 운동의 열기에 심취해 있던 내게 최형아의 <굿바이, 세븐틴>이라는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미투 운동이니 성폭행이니 생각지도 못한 채 제목과 프롤로그만 슥- 보 구입한 책이었는데, 생각정리에 큰 도움이 되어 잘 읽었다 싶다.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


네이버 웹툰 <내일>


스스로 '처음'이길 바라며 처녀막을, 소음순을 복원하는 사람들. 성(性)에 대한 '만족감'이 곧 사랑이라 느끼는 사람들. 성에 대한 상처를 또다시 성으로 극복하려는 사람들.


재밌겠다 싶어서 구매한 책 치고는 불편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실상이라는 것이 불편해 견딜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 중에 성폭력으로부터 무사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어디에서든, 어떻게든 무례함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성폭행이나 성추행은 남일이 아니다. 아무리 급해도 공중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으며, 컴컴한 밤 귀가길엔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뒤를 경계한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11시 넘어 밤길을 나서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여성을 대상으로한 폭력의 잔인함은 육체를 넘어서 영혼까지 파괴한다.



<굿바이, 세븐틴>의 주인공은 과거에 겪은 성폭행의 아픔을 '복수'로 극복하려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왜 피해자가 목숨 걸고 '복수'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해결(?) 방법도 썩 맘에 들진 않았다. 그러기 전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 지지 않았던 사회의 허술함. 그 어두운 실상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사소한 것들에도 민감하고 예민할 때, 잘못된 것들이 바로 설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불편함을 느끼고 또 느낄 것이다. 당연한 부조리는 없다. 강약약강, 남과 여로 나뉘는 이분법적 성차별, 그리고 이어지는 폭력. 모든 것이 근절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모두 불편해야 한다.


자기 안의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뭔 줄 아세요? 그것을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저는, 말을 못하겠어요. 내 잘못이 아닌데, 그게 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망쳐버렸다고 아무한테도 털어놓을 수가 없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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