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글

혼자 하는 뉴욕 여행,
사랑해요 뉴욕!

내가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by 단순생각


뉴욕에 도착했다. 생일 날짜에 맞춰 뉴욕에 도착하니 짐을 풀자마자 나가 놀고 싶은 생각이 앞섰다. 밤 9시에 도착했고 11시에 짐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루프탑 바로 향했다. 그렇게 며칠을 실컷 놀았다. 남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노는 나에게 빡빡한 일정 아니냐, 무리하는 것 아니냐 이야기했지만 아무렴 어때. 이런 게 혼자 여행의 묘미인걸! 내 맘대로 루트를 짜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가고 싶으면 문득 나가보는 것. 정해진 일정이나 상대의 기분에 구애받지 않는 것.

뉴욕 여행을 하며 우연히 한국 사람 만나면, '혼자 여행 오신 거예요?'란 물음이 가장 흔하다. 그렇다고 말하면 보통은 '와, 대단하네요. 안 심심하세요?'와 같은 반응이다.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심심하진 않은데 음식을 한번에 많이 못 시켜서 아쉬워요. 그래서 동행을 구하죠!'

혼맥, 혼술, 혼밥, 혼영, 혼코노와 같은 혼자만의 일상이 늘어나는 게 반갑다. 이 중에서도 난 혼자만의 여행이 자연스러워지는 요즘이 좋다. 나는 국내든 해외든 혼자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가족이나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쾌감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했을 때와 혼자서 오롯이 여행을 끝마쳤을 때 오는 성취감의 크기도 다르다. 조금 덕후 같긴 하지만 하루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쳤을 때의 그 쾌감, 아무나 모를 거다. 여행의 순간이 매 순간의 선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연히 만나는 행운이나 기회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어딘가에서 좋은 인연을 마주치는 것도 온전히 나 혼자의 몫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잠깐 만나도 좋았던 사람들, 혼자 걸었던 뉴욕의 거리, 브루클린 브릿지의 멋진 야경, 친절하고 맛있었던 식당 '마레아(Marea)', 말로만 듣던 자유의 여신상, 센트럴 파크에서의 피크닉, 그리고 필라델리아의 푸른 낮과 미술들. 특히 필라델피아는 그냥 가고 싶어서 골랐던 당일치기 여행지였는데 단 10시간 만에 뉴욕보다 더 큰 감동을 주어 기억에 남는다. 기회가 된다면 필라델피아에서 몇 박 묵을 수 있다면 좋았을걸. 여행을 함으로써 다음 여행을 계획해보는 마법. 나에게 여행은 필수 불가결한 삶의 이유가 되어 버렸다.




필라델피아 반스 파운데이션


센트럴 파크



뉴욕의 푸른 낮이 좋다.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쨍쨍하고 선선한 가을의 뉴욕. 나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끝자락에 여행을 온 탓에, 더운 여름과 선선한 가을 두 가지를 모두 맛보고 갈 수 있었다. 센트럴 파크는 뉴욕 시티에서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인데, 자전거를 타고 두 번, 걷기 여행으로 한 번 돌아보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자전거를 타고 돌 때는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잡고 돌면 된다. 나는 주말마다 뚝섬까지 왕복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는 취미가 있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는 그럭저럭 편안했지만 같이 동행한 친구는 조금 힘들다고 했다. 숙련도에 따라 한 시간 전후로 시간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노이에 갤러리, 자연사 박물관 등이 센트럴 파크 주위에 있기 때문에 해당 전시관을 가면서 센트럴 파크를 경유해 걸어보아도 좋다. 나는 센트럴 파크 동물원까지 다녀왔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동물들이 많이 나와있지 않아 조금 섭섭했지만 날씨도 좋고 동물들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센트럴 파크를 돌아다니다 보면 청설모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다녔던 대학 캠퍼스에서 종종 마주치던 아이였는데 두 마리, 세 마리씩 한꺼번에 만나니 배로 귀여웠다. 이 녀석들은 사람들이 무섭지도 않은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자유의 여신상



뉴욕의 흐린 날씨도 나름 운치 있다. 가을로 넘어가는 동안에 유난히 비가 오고 흐린 날이 있었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날,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는 한 시간짜리 크루즈를 타야 했다. 맑은 날이면 좋았겠지만 흐린 날이어도 나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 가까이서 보는 자유의 여신상은 날씨 불구 아름다웠다. 카메라 다루는 요령만 조금 있다면 분위기 있는 사진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춥긴 했지만 책이나 TV에서만 보았던 자유의 여신상이 내 앞에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뉴욕 날씨에 대한 팁을 더하자면 흐린 날의 야경도 매우 매우 매우 멋지다. 그리고 비가 온 후 다음날 아침 날씨는, 정말이지 눈이 부신다!




브루클린 브릿지



앞서 언급했듯 뉴욕의 야경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여행 마지막 날,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넘어가며 보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쉬워,가 왔음에도 'High street-Brooklyn bridge'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다리 위로 올라가는 워크 웨이에 도착할 때 즈음엔 비가 그쳤고 선선한 바람만 불었다. 그 뒤로 펼쳐지는 풍경은 놀라움의 연속! 야경을 보면서 이렇게 '헉'했던 적은 태어나 처음이다. 맨해튼으로 넘어가던 그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흐린 날씨에도 이런데 날 좋은 날에는 얼마나 더 황홀할지 궁금해졌다. 다음에 뉴욕을 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탑오브더락 / 가운데 보이는 것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다른 날, 록펠러 센터의 탑 오브 더 락에서 보았던 야경 역시 멋졌다. 이때는 동행과 함께 였기 때문에 서로 사진을 왕창 찍어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뜻밖의 사람과 인연이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특별한 일이다. 7시에 올라갔기 때문에 조금 늦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지의 한국인은 노을 지는 저녁 하늘부터 깜깜 해지는 밤하늘까지 모두 앞자리를 사수하며 볼 수 있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 쌀쌀했음에도 까만 밤까지 탑 오브 더 락에 남아있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뿐이었다. 못 말리는 한국인들이 왜 이리 반가운지! (뉴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먼 여행지라 그런지 주로 어린 친구들보다는 삼십 대 언니, 오빠들부터 어머니, 아버지뻘 되는 어른들이 많았다.)




동행이 찍어준 야경 사진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전 세계에 여섯 개밖에 없는 '스타벅스 리저브 뉴욕 로스터리'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위스키 콜드 브루에 빵이랑 과일 샐러드를 더했던 맛있는 브런치! 분위기에 취해 텀블러와 엽서를 구매한 건 안 비밀이다. 다음번 여행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있는 시애틀, 밀라노, 상하이, 시카고 등으로 가는 건 어떨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리고 올 것이 왔다.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몇 번 꾸벅- 졸다 밥을 먹고 나니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참기름과 고추장만으로 맛을 낸 기내식 비빔밥이 어찌나 맛있는지, 뉴욕행 비행기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 집에 가는 길엔 고향의 맛이 절실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에게 김치 들어간 저녁이 먹고 싶다고 졸랐다. 뉴욕은 다 좋은데 밥은 안 맞는 것 같다며 배부른 투정과 함께.


혼자 하는 여행이라 더 기억에 남는 일주일이었다. 내일부터 눈을 뜨면 또다시 일상은 반복될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에 가고 잦은 야근에 시달리며 사람들과의 입씨름으로 골머리를 썩히고 소홀해진 인간관계에 지치도록 치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이젠 일상도 여행이다. 매일의 일정을 스스로 계획해 이뤄내고 중간에 일어날 어떤 변수도 나 스스로 이겨내는, 그래서 하루의 끝에 '오늘도 정말 수고했다' 등 두드리며 발 뻗고 잠들 수 있는. 때로는 계획된 것들을 지키지 못해 아쉬운 하루도, 벅차도록 뿌듯한 하루도 있을 것이다. 지겹다고만 생각했던 일상을 언젠가 마무리지어야 하는 여행으로 본다면 나는 언제든 다음 여행을 계획하며 설레는 매일을 보낼 것이다. 애달픈 자기 연민으로 보아도 좋다. 나는 이렇게 행복을 찾는 사람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