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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Dec 22. 2019

트렌드 코리아 2020, 현직 마케터의 생각 더하기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올해도 김난도 교수님은 2020년의 열 가지 키워드를 가져오셨다. 맞네, 틀리네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 분이 만들어 내는 키워드가 내년 한 해의 핵심이, 그리고 또다시 다가올 2021년의 전초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작년 한 해동안 마케팅 업을 하며 직접 겪은 일들만 보아도 그렇다. 2017년,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만 해도 어색했던 신조어 '가심비'와 '소확행'은 <트렌드 코리아>를 지나 대한민국 모두가 아는 마케팅 전략의 핵심 단어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자타공인 마케팅 업을 흔들었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뉴트로'다. 실제 회사에서도 연도별, 분기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꼭 하나씩 등장하는 게 뉴트로, 혹은 back to the 8090s 전략이다. 이제는 한물간 것 아니냐는 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의 마음을 신나게 흔들었던 건 사실이니까. 얼마 전부터는 단종됐던 제품들이 새록새록 살아나 '그 때 그 맛'을 상기시키는 걸 보니, 2020년에도 한동안 뉴트로 열풍은 계속될 듯싶다.


다가오는 2020년의 마케팅 키워드 머리말은 'Mighty Mice'다. 해마다 동물 이름을 딴 마케팅 키워드를 작명한다니, 도대체 이런 단어는 어떻게 생각해내는 거지? 2021년은 소띠, 2022년은 호랑이띠가 그 주인공이니 벌써부터 어떤 키워드가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내가 2년 동안 몸 담고 있는 식품업은 그야말로 트렌디한 마케팅의 장이다.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비재이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어놓느냐가 신제품의 성패를 좌우했다. 식품은 특히 그렇다. 맛이 있다고 해서 많이 팔리는 것도, 맛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변화무쌍한 패턴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2019년 한 해를 휩쓸었던 분짜, 흑당, 마라 등은 식품업계의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이슈 메이커로 회자되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제품 개발자들이 어떻게 하면 이슈 메이커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마케팅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렇지만 알면 알 수록 쉬운 업이기도 하다. 전공과 학력을 막론하고 누구나 발을 담글 수 있는 업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부 잘하던 사람이 장땡이 되지 않는 신기한 마케팅! 지금부터는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꼽은 2020년의 열 가지 키워드를 읽고 현직 마케터의 생각을 조금씩 더해보고자 한다.






멀티 페르소나

우리에겐 다양한 우리가 있다. 침대에 누워 뒹굴대는 주말의 나와 이리저리 부대끼며 일하는 평일의 내가 다른 것처럼, 친구와 있을 때의 나와 북 스터디에서의 내 모습이 다른 것처럼, 다매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매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모습을 달리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자아'가 중요한 요즘이다. 어떠한 직업을 갖느냐 보다는 어떠한 내가 되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판매하고자 하는 물건과 소비자 간의 연결성일테다. 조그만 물건 하나라도 소비하게 만들기 위해선 구매자와의 연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나를 드러내는 것처럼, 내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나의 성향을 드러내 준다. 생활용품은 초저가로, 애정하는 명품 쇼핑은 단번에! 취향의 정체성을 드러내 주는 제품이나 브랜드들은 앞으로도 더욱 사랑받을 것이다.


라스트핏 이코노미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물건이 얼마나 빨리 배달되어 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배달되느냐도 소비의 만족도를 좌우하더라. 필요한 것을 언제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요즘, 결국은 어떻게 물건을 받고 소비했느냐가 구매 결과의 호불호를 가르게 되었다. 물건이든 식사든 여행이든 서비스든 그것이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다음 재구매로 연결된다. 음식은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맛, 경험, 그리고 인증? 타인의 피드에 나의 제품이 얼마나 오래 남았느냐가 핵심일까.


페어 플레이어

회사에선 요즘 젊은이들이 참 발칙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과 인정을 떳떳하게 바라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나름대로 젊은 구성원이기에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집어낸 '페어 플레이어' 정신에 깊게 공감하는 바이다. 소비자로서는 나의 소비가 큰 움직임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한 번을 구매하더라도 조금 더 공정한 쪽에 손이 가는 편이다.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도 조금이라도 사회 공헌적인 제품을 선택한다. 결국 이러한 소비 결정 역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자기표현이다.(멀티 페르소나와 연계)


스트리밍 라이프

소유의 종말이 도래했다. 나는 얼마 전, 몇 년 동안 유지했던 음원 사이트의 정기 결제권 구독을 중지했다. 한 달에 몇 천 원, 금액적 측면에 불만이 있어서라기 보단, 수많은 선택지를 골라 맛보기 할 수 있는 스트리밍 앱들이 음원 앱의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정기 구독하고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이고, 무료 앱인 사운드 클라우드까지 합치면 사용하는 앱은 총 세 개다. 처음엔 남이 골라놓은 영상이나 음악 리스트를 골라 듣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먼저 추천해주지 않으면 무엇을 듣고 보아야 할지 어색해질 지경이다. 특히나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의심스럽다. 유튜브 앱에 접속하면 대체로 보고 싶은 영상이 맨 위에 뜨는데,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유튜버나 유튜브 콘텐츠가 정말 많다. 유튜브 내에서 굳이 '구독'하지 않아도 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은 거의 항상 메인 화면행이다.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 덕분에 떡상하는 채널이 생겨나는걸 보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이러한 플랫폼뿐만 아니라, 꽃, 다이어트식, 옷 등의 정기 구독 서비스는 아직 가격대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보다 다양한 구독 아이템들이 풍성해질 2020년을 기대해본다.


초개인화 기술

모르는 새에 일상 속에 스며들어버린 초개인화 기술. '시리야'하고 부르면 대답 없던 아이폰 얘기는 이제 옛말이다. 고객의 모든 TPO를 반영할 수 있는 초개인화 기술이 더욱더 편리한 일상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나의 검색 기록이 30초 뒤 인스타그램 광고로 구현되는 걸 보면, 개인 신상 보호 따위는 어디로 간 건지 살짝 무섭기도 하다.


팬슈머

사실 나는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브랜드가 없어서 팬슈머라는 말엔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소위 '덕질'이라는 것도 거의 안 하는 편이라.. 관심 있는 아티스트가 생기면 그분의 드라마나 유튜브 영상 등을 몇 번 찾아보는 게 끝이다. 그러나 팬슈머라는 말이 곧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의 팬이 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더라. 나의 소비가 갖는 의미에 주목하고 스스로의 소비에 '힘'을 부여하는 것 또한 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소신 있는 소비나 보이콧 같은 것들이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팬슈머 덕분이 아닐까. 이 시국에 유니클로나 롯데 계열 유통사를 이용하는 게 껄끄러워진 사람이 있다면, 남양유업의 제품은 아묻따 거르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손을 들자. 당신도 팬슈머다.


특화생존

마케터로서 '니치'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전략이다. 니치한 것은 주로 매출 규모와 성공 가능성이 적어서 쉬이 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치' 시장을 우리 브랜드만의 '특화' 분야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조금 다르다. 특화시킬 분야를 찾아 쪼개고 쪼개서 단 하나의 독보적인 엣지를 찾아내면 그만인 것이다. 회사 전체를 니치 시장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부담스러울지라도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는 도전해 볼 법하다.


오팔세대

꽤나 꾸준히 핵심 소비자로 언급되어 오던 세대 '실버'. 실버이면서 실버라고 불리기 싫어하는 그들은 바로 5060 중장년층이다. 사실 5060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조금 더 나이 든 6070까지 범위를 넓혀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나 모델 김필두 할아버지만 보아도 그렇다. 더 이상 한 번 사는 인생이 아니다. 인생 제2막에서 활발한 활동력을 보여주는 오팔세대에게 주목하자! 그런데 진정한 오팔세대라면 '시니어'라는 말에도 몸서리 쳐질 것 같은데 맞나? 이들을 공략하려면 무엇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책에서는 베지밀의 시니어 두유가 출시 2년 만에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표현하는데 진짜일까, 의문이다. 오팔세대가 활약할 법한 시장의 범위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지.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큰 소비층이기에 의류나 명품, 가전과 같은 고가 시장에서만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닐지 궁금해진다. 적어도 마라탕에 넣은 분모자에 꽂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먹는다던지 하진 않을 거 아냐.


편리미엄

게으름을 사랑하는 나로선 편리미엄 트렌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 편리하고 더 쉬운 제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근데 편리하고 값싸고 맛있으면서도 윤리적이고 품질 좋은 제품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소비자들이 알랑가 몰라. 제품도 제품이지만 편리미엄 트렌드의 끝판왕은 공간의 혁신이라 생각한다. 제조업이 살아남으려면 공간 혁신이 필수다. 2주 동안 여는 팝업스토어라도 소비자들에게 눈도장 찍을 만한 이슈가 필요하다. 재미있고 편리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하고 있어 보이면서도 귀엽고! 이 세상 모든 십대, 이십 대들이 바라는 포인트를 공략해보자.


업글인간

입사를 하고 나면 '이직 준비생'이 된다. 회사, 집, 회사, 집만 반복하면서 열심히 돈을 보으면 장땡이던 시절은 지났다. 동기들 사이에서도 이직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약간은 대책 없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내가 회장이 아닌 이상 회사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고로 맡은 일에 책임감은 갖되 주인의식을 갖는 건 좀 어렵다. 요즘 세대에 누가 진심을 다해 충성한단 말인가. 회사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회사 없이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백세 시대에 훨씬 이로워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도 없고 근성도 없고 그저 편하게만 자랐다고들 하시던데, 뭐 그게 맞을 수도 있겠다만... 회사 다니면서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는 게 별 볼 일 없게 느껴지는 요즘이니, 되지도 않는 반박하기 전에 열심히나 해야겠다. 열심히 사는 게 뭐 어때서!








다가오는 2020년에는 트렌드에 조금 더 민감한 마케터가 되어야겠다. 2018년의 트렌드가 2019년의 트렌드로 이어졌듯이, 2019년의 트렌드가 다가오는 2020년, 2021년의 트렌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예민해져야겠다. 무엇보다 '개인'이 중요한 시대이니 나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는 것은 최우선이고 말이다. 민감함, 트렌디함, 뭐 이런 것들이 모여 마케터의 인사이트가 되지 않겠어 하하. 다가오는 2020년도 힘을 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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