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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May 04. 2020

마케터의 담화

2020년 이야기


캬-

퇴근 후, 맥주를 들이키는 나의 감탄사.

직장인이 되어 가장 행복한 순간은 누가 뭐래도 지친 하루 끝 맥주 한 캔을 따고 '캬아' 소리 내며 마실 때일 것이다. 술을 잘하지도 못하면서 그 순간만큼은 맥주가 세상에서 최고로 단물 같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로 마케터인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마케터들은 도대체 뭐 하는 인간들일까? 친구는 말했다. 마케터란 돈을 버는 사람이며, 신뢰를 만드는 브랜드 앰버서더라고. 교과서 같은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해 슬픈 자, 그것이 마케터로다. 게으른 자의 변명이라 해석해도 좋다. 그러나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다. 그래, 마케터는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다. 직접적인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업 활동의 주체이자,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애 주기와 정신적 주기를 함께하는 책임자이다. 그런데 무얼 어찌해야 잘할 수 있을까. 사장님 가라사대, 지금의 문제를 명확히, 빠른 대안을 찾아 실행하고 해결 여부를 확인하라 하셨다.


마케터란 무얼까. 요즘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내가 맡은 것에 책임을 다 하고 싶은데 '어떻게 다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좋은 선례가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선례가 있다한들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트렌드는 항시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매 문제마다 그렇다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숨 참으며 헤엄치고, 또 숨 참으며 한 발 짝 나아가려다가 결국 나자빠지고 마는 형국이다. 주말엔 머리 질끈 묶고 집 앞 카페로 가서 공부랍시고 유튜브도 보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보는데, 아이 참 왜 때문에 평일만 되면 모든 것이 원상 복귀되고 마는지 답답하도다. 몇 개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야 인사이트 있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평생 동안 마케팅에 몸 담아도 잘하는 마케터는 못 될 거야.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함께 알 수 없는 오기에 휩싸여, 기필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터가 되겠노라, 기필코 성공한 프로젝트의 주인이 되겠노라, 오늘도 다짐한다.


시장을 많이 알면 좋은 마케터가 될까. 소비자를 많이 알면 좋은 마케터가 될까. 개개인의 경험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내가 타겟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나의 제품을 좋아해 줄까. 이 문구가 좋은 문구일까. 나의 서비스 가치는 이 정도면 충분할까. 오천 원이면 우리 제품을 사기에 부족한 가격은 아닐지, 내가 셈한 대로 영업이익이 나와줄지, 나의 프로젝트가 제때 먹혀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가져다주는 좋은 프로젝트로 남을 수 있을지.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되는 오만 가지 고민들이 머릿속을 휩쓴다. 좋은 마케터가 되는 것이 이리도 복잡할 줄이야. 잘하는 마케터가 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데 오늘은 오늘자 매출에 내일은 내일자 매출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하면 좋으련만, 고로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해 슬픈 자, 그것이 마케터로다. 정답이 없기에 한숨이 푹- 나오는 오늘이지만,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맥주 한 잔에 깝깝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진다. 한숨 자고 일어나 '유레카!' 하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마케터의 생일지, 다른 마케터들도 이렇게 살아가는지, 내가 하는 것이 진정 마케팅인지. 수학 문제 풀듯이 정답과 오답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야속하다. 근데 이상하지,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렇기에 의미 있는 직무가 마케팅이다. 정답 없는 이 곳에서 유의미한 결과로 가는 지름길이니 책임감이 막중하다. 으이구, 이놈의 마케팅. 웬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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