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를 읽고 든 단상

by 연하나

안녕하세요, 하나의서재입니다.


평생을 같이 산 남편의 뒷모습이 문득 다르게 느껴질 때, 어제까지 품 안의 자식 같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방문을 닫고 자기만의 세계로 사라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이런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지곤 합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바로 그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질 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바로 스즈키 유이 작가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입니다. 사실 저도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추천 때문이었어요. 일본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신뢰가 갔고요. 그래서 바로 구매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괴테'라는 이름 때문에 조금 어려운 철학서나 문학 비평서가 아닐까 걱정했는데요,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 일상 속 가족의 이야기를 아주 독특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소설이었어요. 오늘은 이 책이 왜 특별한지, 그리고 이 책이 전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 책의 독특한 구조에 대해 말씀드려 볼게요. 이 소설은 프롤로그부터 정말 신선했어요. 사위가 장인에게 소설을 써주는 형식으로 시작하거든요. 마치 실화를 읽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이 설정이 저를 단번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주인공은 평생 괴테를 연구한 학자이자 교수예요. 어느 날 그가 우연히 티백 종이에 적힌 명언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보통 우리도 그렇잖아요. 카페나 길 위에서 명언을 보면 '아, 좋은 말이네' 하고 지나치곤 하죠. 하지만 이 주인공에게 이 문장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괴테의 명언이었기 때문입니다. 괴테의 모든 문장과 작품을 섭렵한 전문가인 주인공은 혼란에 빠집니다. 티백에 적힌 문장은 그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괴테의 말이었으니까요. 주인공은 이 명언의 출처를 찾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모든 연구 자료를 뒤지고, 주변 학자와 지인들에게 물어보죠. 하지만 아무도 이 명언을 모릅니다.

이 과정이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서는 이유는 이것이 곧 주인공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평생을 바친 연구 대상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은, 곧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여러분,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 어느 날 전혀 몰랐던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당황하고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죠.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알고 있었던 걸까?' 하고요.

주인공이 명언의 출처를 찾아 헤매는 과정은 결국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여정으로 변해갑니다. 명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주인공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되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깨닫습니다. 자신이 평생 책 속의 괴테만 바라보느라, 바로 옆에 있는 가족들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요.


일에 치이고, 집안일에 치이고,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정신없다 보면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진짜 마음을 놓치고 살 때가 많죠.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편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들어주지도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곤 합니다. 이 소설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그들에게도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가족을 많이 떠올렸어요. 우리도 각자 바쁘게 살다가 형식적인 안부만 묻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곤 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진짜 대화를 나눠볼까? 남편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정말 행복할까?' 하고요.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주인공 가족은 명언의 출처를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가족이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이죠. 딸은 아버지의 삶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사위는 장인과 진짜 가족이 되었으며, 부부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결말을 읽으며 정말 따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것들,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사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그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을 선물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여러분의 가족을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대화의 시작점이 되어줄 거예요. "요즘 어때? 무슨 생각하며 지내?" 이 작은 질문 하나가 여러분의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 글은 제 유튜브 채널 '하나의 서재'에 올린 대본을 브런치 독자님들을 위해 짧은 글로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더 풍성하고 긴이야기로 풀어낸 오디오 녹음본이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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