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조직들이 밀고 당기는 소리, 근육들이 엉겨 붙어 날뛰는 소리, 세포들의 끊임없는 영역 다툼의 소리들로 욱신욱신한 자리. 6개월 전의 칼자국과 방사선의 흔적이 내 삶의 중심에서 주인 노릇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지켜보며 살살 어르고 달래며 세월을 낚는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도 혼란스러운 내 몸의 상태, 난분분한 소식들을 어디서부터 믿고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닥치는 대로 하루를 살고 하루를 먹고 하루를 보낸다.
오늘은 병원 가는 날, 3개월마다 졸라덱스 주사를 맞고 방사선 종양학과를 찾아 검진을 한다. 가는 동안, 기다리는 동안 마음의 긴장과 초조함은 나의 몫.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 마음의 쓸쓸함이 육신의 아픔과 걱정을 뛰어넘는 날, 옆에 있어도 누군가 그리운 이유다. 어쩌면 사람은 사랑과 관심, 따뜻한 언어의 주고받음으로 삶의 의미를 연장시키는지도 모른다.
축축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부둥켜안고 산책을 나섰다. 가끔 홀로 숲에 들 때가 있는데 오늘 같은 날이다. 울어도, 웃어도, 중얼거려도, 침묵하여도 좋은 곳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두 어 시간, 마음을 흘리고 나오면 또 얼마간은 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