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
오후 무렵,
숲 산책을 다녀 온 뒤였다
오른쪽 눈이
깜빡일 때마다 서걱서걱 소릴질렀다
조개의 보드라운 속살에는
모래가 들어가 진주가 된다는데
내 눈에 들어간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진주가 되려나
불편함을 견디고 아픔을 품어야 하는
조개의 숙명을 생각하게 하는 날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가는 고통
나는 안과를 검색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새벽 교회당
진주가 될 뻔한
내 눈의 찌꺼기는 눈물들의 힘에
세상으로 한 번 쓸려 나가고
마지막 눈썹 한 올도 이내
안과 의사의 손끝 핀셋에 거침없이 사라졌다
고통 없이 진주는 만들어지지 않고
모래 품은 조개들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고
내 마음, 깊은 수원지에서 또르르 굴러다니며 오늘도 몸피를 키우는 나의 진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