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한 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똥 Jan 31. 2024

눈병

눈병


오후 무렵,

숲 산책을 다녀 온 뒤였다

오른쪽 눈이

깜빡일 때마다 서걱서걱 소릴질렀다

조개의 보드라운 속살에는

모래가 들어가 진주가 된다는데

내 눈에 들어간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진주가 되려나

불편함을 견디고 아픔을 품어야 하는

조개의 숙명을 생각하게 하는 날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가는 고통

나는 안과를 검색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새벽 교회당

진주가 될 뻔한

내 눈의 찌꺼기는 눈물들의 힘에

세상으로 한 번 쓸려 나가고

마지막 눈썹 한 올도 이내

안과 의사의 손끝 핀셋에 거침없이 사라졌다


고통 없이 진주는 만들어지지 않고

모래 품은 조개들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고

마음, 깊은 수원지에서 또르르 굴러다니며 오늘도 몸피를 키우는 나의 진주들











매거진의 이전글 이팝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