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심윤경 장편소설, 2004년

by 글똥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이어 두 번째 손에 든 책. 독서 모임 후 지은 선배님이 그날 당장 선물한 소설. 오자마자 펼치니 경상도의 익숙한 사투리가 귀에 착착 감긴다. 담 너머로 듣는 옆집 이야기 같은 소설이다.


'그늘 밑에서조차 공기가 익어 드는 폭염이었다.' 흐르는 시선을 제일 먼저 멈추게 한 문장이다. 이 문장으로 말미암아 나는 《달의 제단》을 끝까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효계당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작정하였다. 뜬금없이 7월의 병산 서원이 생각났으며 온통 서원을 물들인다는 백일홍 붉은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 책을 끝낼 때쯤, 나는 그곳으로 갈 수도 있겠다 싶다.

새엄마의 복수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그녀도 억울함이 많다. 아들인 상룡은 상룡대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삶이란 대체로 그렇다.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버스 기사의 행동이다. 가슴 한쪽이 싸하다. 그러나 그때는 그랬다. 세상은 그들을 그렇게 반쪽 사람으로도 대접하지 않았다.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여럿 있었다. 그때는 아이도 많이 낳던 시절이었고, 덩달아 몇 집 건너 하나씩, 동생이나 언니, 오빠라 부르는 이를 두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상룡의 어머니였을까. 아들을 그렇게나 알아보지 못했을까. 멕시코 소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꼼 쌉싸름한 초콜릿》을 떠올리게 하는 초콜릿들, 한 편의 시, 정실과 초콜릿을 나눠 먹는 이후의 시간. 결론 없는 문장들은 모든 것을 독자의 상상에 맡겨둔 채로 달의 제단, 그 의식을 이어간다.


......


여기까지다. 상룡까지 삼켜 버린 그들의 제단은 이제 정실이 낳은 한 아이로 다시 시작될 것이다. 조상들이 쌓은 거짓과 비난의 가문이 아니라 상룡의 아이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제단.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현실의 행복, 우리들의 생활로. 그들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진실의 종으로. 이것이, 내게 들려주는 효계당의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