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고픈 문장들이 굴비처럼 엮였다. 이런 문장들이 책 사이사이에 숨어 있겠지. 나는 행복한 술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생략, '못 찾겠다 꾀꼬리'도 다음에. 오늘 안에 다 찾을 수 있을 만큼, 난 지금 이 책에 완전 몰입.
우도가 아닌 가파도에서 자전거를 타 볼 일이다. 청보리의 허리를 휘감는 바람은 언제나 불고 있을 것이다.
얽힌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인가.
2022.8. 어느 날, 럭셔리 풀빌라에서 우리들의 말은 과연 얽히었던가. 내겐 반은 얽혔고, 어떤 말들은 허공에 맴돌았다. 그건 살짝 서글픈 일이었지만, 내 나이쯤 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인정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얽히지 않았던 언어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남동생 영웅의 '용인'이라는 말은 내게 여러 갈래의 길과 깊이로 저장됐다.
타인의 삶을 찢고 들어가는 용기란 무엇일까. '필연적으로 짊어지게 되는 무게, 유동하는 내면의 갈등과 번민...'을 피하려고 모른 척했던 그들의 삶. 그럴수록 내 삶도 피폐해졌다. 결국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나는 결론 내 버렸다.
강원도 횡성, 고라데이 마을, 엉클 타샤가 사는 노아의 숲에서 나는 인공위성과 수많은 별을 보았다. 누군가 말해 준 구분법으로 뒤로 젖힌 고개가 아파올 때까지.
마음이 와글거린다고? 많은 기억이 흔들리고 부유하는 것이라고? 창창한 여름이 그런 것이라면, 나의 여름은 비를 맞으며 걷는 지척의 영대 숲 산책, 장화를 신고 철퍽거리며 물웅덩이를 건너는, 소금빵과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연잎 위에 내리는 비와 바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강원도 발교산 봉명폭포와 노아의 숲, 자인 럭셔리 풀빌라, 비키니, 핑크 반바지, 할리샵의 보라 슬링백 힐, 주문한 책들... 기억을 되살리며 추억의 장면을 들여다보는 한갓진 주말 오후의 풍경이 모두 '여름을 닮은' 나의 시간들이다.
부적응이 아니라 용인,
실패가 아니라 용인,
내가 무엇을 하든
'끊이지 않고 흐르는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다면
나의 용인은 행복이고 만족이고 성공이다. 나는 그 용인의 밑바탕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한 편의 삶을 읽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직선과 사선의 조합. 클리나멘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 나는 작가의 모든 시선이 마치 클리나멘 같아서 좋았고 위로가 됐다. 고모가, 영초롱이가 있어서 좋았다. 그들의 말들이 지은 '글축물*'이 단단해지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것은 나를 향한 응원이기도 했다.
소설을 완성한 작가가 고른 소설의 한 문장은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였다. 소설을 다 읽은 독자가 고른 한 낱말은 '용인'이다. 법복을 벗은 이영초롱과 영상을 찍어서 직업으로 삼는 것보다 간직하는 일이 더 좋은 것을 실패가 아닌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하는 자세'라는 영웅의 문장에 내 마음을 잇대어 오늘도 일어선다. 비스듬히.
*글축물ㅡ글목, 글집, 글밥처럼 글로 지은 건축물이라는 뜻. 글똥이 만든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