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내게도 잃어버린 이름이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치히로인가. 나는 센인가.
거대한 세계를 이겨 버린 아이를 만났다. 욕망과 탐욕이 득실대는 세계를 무너뜨리는 아이의 정직과 순수를 만났다. 황금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절대 물들지 않는 아이의 위대함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용기였다. 이 세상을 살아갈 방법이었다. 센은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제발 멈추어 뒤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욕심내며 살지 않아도 이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그러니 지금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말한다. 태초에 가졌던 이름을 기억하라고 한다.
마음대로 바꾸고 불러도 대꾸 한 번 할 수 없는 사회의 노예, 직장의 노예, 가정의 노예, 삶의 노예인 우리들에게 용기 내어 자신의 이름을 찾으라고 말한다. 게으름 피우며 맡은 일을 회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하면 어디서든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치히로는 힘 있는 세상이 마음대로 바꾼 센의 인생에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 센은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반짝인다고 다 금인가.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지천에 널렸다. 누군가 당신에게 황금을 가득 줄 때 센처럼 '필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이름은 아직 유효하며 힘이 있다.
나이가 들었으나 충분히 마음을 비울 수 있다. 욕망이 없으면 진실된 눈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 지금 나는 마음을 비우고 사람을 만나고 있는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노력하고 있으되 세상의 강력한 힘은 언제나 나를 센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치히로의 부모들처럼 돼지가 돼 버린다. 이름조차 없는 짐승.
늦은 걸까? 지난 시간이 아쉽고 미래가 두렵지만 의심하지 말자. 늦지 않았고 아직 충분히 시간이 있다고 말하자. 깨닫는 순간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때부터 나는 내 이름을 기억하고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세상 사람이 기대하고 원하는 모습의 이름이 아닌 진짜 내 이름, 하나 갖고 싶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