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by 글똥

이미 많이 나온 류의 영화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국이라는 설정. 서양의 미미인형에 익숙한 우리가 콩순이처럼 짜리 몽땅한 동양 인형을 나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듯이 복제 로봇도 어색하지 않으려면 이 영화는 우리에게 꼭 필요했다고 본다. 처음은 힘든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이>를 볼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봐야 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식습관의 변화인지, 영화산업의 발전인지, 우리들의 인식개선인지 어색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다. 단지 스토리가 따뜻하나 빈약하고 재미있으나 스릴이 부족하다. 우주의 새로운 터전 쉘터 이야기에 반전에 반전을 좀 더 삽입하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휴먼이라고 하기엔 단순한 전개가 아쉽다.



김현주


그녀의 감추어진 매력이 발산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된 그녀의 이미지를 탈피한 영화, 살짝 가볍고 조금 덜 예쁘고 조금 덜 유명한 배우에서 연기자로서 실력을 갖춘 배우라고 땅땅땅 두드리고 싶은 영화다. 물론, 감독과 촬영과 편집의 우수성을 간과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이 영화는 김현주의 새로운 이미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그녀의 톡톡 튀었던 예전의 목소리가 어떻게 모성의 절대적 사랑의 목소리로 바뀔 수 있었을까. 로봇이 된 그녀의 삶조차도 결국 이겨낼 수 없었던 인간의 기억. 살아가는 커다란 힘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뭉클하도록 느끼게 하는 영화. 그 중심에 그녀, 김현주가 있었다.


강수연


58세의 비보, 너무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녀의 유작. 이처럼 사람의 생과 사는 순간이며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죽은 사람은 세월이 흐르면 잊힌다. 영화계에서는 참으로 큰 별이 졌다. 그것도 너무 일찍. 사람들은 그래서 더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 그것도 잠시. 영화를 보면서 참 색다른 영화에 그녀가 몸을 던졌구나 싶었다. 좀 어색하고 좀 불편한 연기가 보였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파격이었을 것이므로. 아날로그 배우에서 디지털 배우가 된다는 것. 실패의 시선이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바보보다 앞으로 나아가길 원했던 배우의 마음을 input 한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봐야겠다. 그때는 강수연에 집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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