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by 글똥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무수한 신호등이 존재한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문제는 거리의 점멸등과 다르게 내 마음의 신호등은 스스로 색깔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오해와 오류가 발생한다. 나는 초록불이라 여겨 당신에게로 건너가는 중인데 상대는 빨간불일 때, 난감하지 않은가. 나는 빨간불을 켜 두고 기다리는 중인데 마구 돌진해 오는 초록불 위의 전사들도 감당이 어렵다. 덜컥 마음엔 선혈이 낭자하다. 노란불을 수시로 누른다. 살펴보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관계의 신호등 앞에서 요즘 멈칫하는 이유, 보험도 들 수 없는, 아프다고 아우성이는 내 마음의 소리들. 먼 길을 돌아간다. 외진 곳을 찾는다. 한적한 그 길을 걷다 보면 지난 상처들이 기워지겠지. 이제 그곳을 거닐어도 외롭지 않을 충분한 나이. 가끔씩 만나는 이들, 서로 몸 비켜 길을 터주는 그런 곳.

매거진의 이전글말들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