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이미예

by 글똥

이 책은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로 만들면 참 재미있겠다 싶은 책이다. 아마 누군가는 군침을 흘리며 이미 달러구트에 빠져 있지 않을까 싶다. 조르바에 빠진 희극인들처럼. 아이들과 동시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주제를 가지고 동시를 지어야 한다. 봄, 하늘, 단풍의 소재로 시를 지어 이미 수상을 여러 번 하였던 아이들이다. 그러나 학교 폭력에 관한 언어에 시적 감성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운지 모두 끙끙댄다. 소설 뿐 아니라 모든 시에도 상상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아이들은 해리 포터를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피터팬을 알았다. 닫혀 있는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해 피터팬, 그를 부르기로 했다.


달러구트 백화점은 5층 건물이다. 각 층마다 사람들에게 꿈을 판다. 모두 후불제다. 사람들은 꿈을 꾸고 꿈값을 지불한다. 행복, 그리움, 기쁨, 설렘 등의 감정이 꿈값으로 배달된다. 때때로 사람들은 꿈이 형편없다는 이유로 민원국에 민원을 넣기도 한다. 읽다 보면 물질의 가치가 감정으로 바뀌었을 뿐, 지금 사는 세상과 다를 바 없다. 감정재테크는 요즘의 주식 같다. 꿈을 제작하는 제작자를 키우는 학교도 있다. 현실의 모든 삶이 작가의 상상과 만나 동화처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상상의 책이다. 쳇바퀴 도는 바쁜 삶이 그대로 서술되어 있고 이별과 슬픔의 모든 장면들이 나열되어 있다. 읽는 내내 현실과 빗대어 공감할 만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두 권의 책을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다.


페니는 취준생이다. 그녀는 달러구트 백화점의 직원이 된다. 그리고 직원들이 힘들다고 회피하는 1층의 업무를 자진해서 맡는다. 30년 베테랑 웨더와 함께. 2층의 비고 마이어스, 3층의 모그베리, 4층의 스피도, 5층의 모태일은 우리가 늘 만나는 직장의 동료와 다를 바 없다. 페니는 그들의 개성을 인정하며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거리의 녹틸루카와 약삭빠른 레프라혼 요정들도 주위에 흔히 보는 이웃들이다. 몇 몇은 누구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닮아 있다.


꿈 제작자라니.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나겠는가. 킥 슬럼버의 '태평양을 가로지는 범고래의 꿈'은 나도 꼭 사서 꾸어보고 싶은 꿈이다. 설렘과 행복과 두근거림과 황홀함과 충만함과 놀라움과 희망과 기쁨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을 후불로 지불할 자신이 있다. 나는 요즘 매일 유튜브로 접영의 기술을 익히는 중이다. 2미터도 채 안 되는 수영장에서 범고래의 등뼈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느끼기 위해, 물 속에서의 찬란한 그 고요를 맛보기 위해 수개월째 접영을 연습 중이다. 어쩌다 오리발이라도 신으면 무거운 내 몸이 물 속과 물 위를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마치 범고래처럼, 그리고 인어처럼. 순간의 기쁨은 남은 시간을 든든히 살아가게 하는 묘약이 된다. 그래서 그 어려운 접영의 기술을 반드시 익혀보겠노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것이 감정'이라는 말. '모든 힘은 행복에서 나온다'는 말. 작가의 삶에서 얻은 지혜가 고스란히 소설 속에 등장한다. 밑줄 긋고 포스트잇에 적는다. '우리를 나타내는 어떤 수식어도 우리 자신보다 앞에 나올 순 없'다는 말도. 이 말들은 모두 시각장애인 박태경과 루시드 드리머였던 윤세화의 사건을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문장이다. '추억 하나는 다른 기억들까지 지탱하는 힘이 있'다는 말에 절대 공감으로 나는 작가에게 책값이 아니라 언어의 값을 지불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리고 녹틸루카의 파란 꼬리와 세탁소의 엄청난 그림자 세계를 보여 준 작가의 상상력에 '찬사'와 '감사'의 감정을 대량으로 보낸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한 줄의 문장을 기억할 때마다 그리고 그 문장을 노출시킬 때마다 작가 이미예는 엄청난 기쁨과 행복, 만족과 희망이라는 감정을 대량으로 받지 않을까. 그녀는 이미 누구보다 부자다. 다음 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