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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Nov 30. 2023

맥베드, 욕망의 이름

세익스피어, 민음사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드>를 읽는다. 노르웨이와 손잡은 반역자를 처치하고 스코틀랜드를 구한 맥베드. 그는 세 마녀로부터 코더의 영주가 되고,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욕망의 화신이 된다. 그 욕망이 불타오르도록 부추기는 그의 아내는 마치 아담의 아내 하와를 닮았다. 왕을 죽여야 왕이 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아담이 삼킨 한 알의 과일처럼 달콤하고 매혹적이다. 마침내 그는 덩컨왕을 죽이고 왕이 된다. '세상을 정복하는 자는 남자, 그 남자를 지배하는 자는 여자'라고 했던가.


세상의 변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비극의 결정체, 소설은 곧 현실로 넘어와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반영한다. 순수보다 악, 충성보다 망이 더 힘세다. 욕망 앞에 모든 정의는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사람은 악에 약하다. 의지적으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반드시 악으로 치우친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 주변인들은 더 중요하다. 아이러니한 역발상, 그래서 소시민의 삶은 큰 악으로 가는 길을 막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높은 자리일수록 선한 의지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다. 욕망의 화신들이 도처에 널려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과연 왕이 된 맥베드는 행복하였을까?


함께 반역자를 물리친 동지, 뱅코우를 죽였으나 그의 아들 플리언스의 생존으로 다시 불안의 감옥에  갇힌 멕베드. 예언가는 후손이 없는 맥베드가 왕이 되고 이어 뱅코우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예언가들이 동지인 그들을 경쟁자로 만들었다. 덩컨왕을 죽인 맥베드가 벵코우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나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그의 심리를 말해 준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미래다.


스스로의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불안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맥베드의 권력은 무섭고 잔인하다. 왕의 자리를 노리는 '여자에게서 난 자'를 모조리 처단하는 화형의 자리. 영주들이 잉글랜드와, 노르웨이와, 그리고 나 외의 모든 나라와 결탁할까 봐 두려운 맥베드는 모든 생명을 죽여버린다. 덫에 갇힌 그를 우리는 본다.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우리에겐 다른 길이 보이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맥베드는 삶의 덫에 갇힌 우리의 모습이다. 그를 읽으며 나는 나를 본다. 이미 충분한 나의 삶이 덫에 걸리지 않도록. 이미 걸린 조각들이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맥더프, 어미의 배를 가르고 나온 자. 맥베드를 이길 자. 가족을 잃고 슬픔이 분노가 되어 버린 영주들이 잉글랜드를 등에 업은 맥더프와 함께 용맹한 분노를 땅 위에 심는다. 예전의 충신 맥베드처럼. 복수는 복수를 낳고 피는 피를 부르고 결국 죄는 사망에 이르나니.


진실이 묻힌 자리는 용서보다 복수의 피가 끓는다. 그래서 맥베드는 비극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진실 앞에 갈등하고 고민하지만, 불행하게도 자본주의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모두 '작은 맥베드'가 되어 살고 있다.그러나 아직 죽음에 이르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이 책은 우리가 맥베드의 길을 가지 않을 방법을 제시한다.


늦가을의 바람과 비에 단풍 든 잎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아름답다. 욕망을 버린 세상의 모든 맥베드에게 이 풍경이 닿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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