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군가의 손에 다시 심겨
가족이 된 멸치가
오늘도 마당을 뛰어다니며
야옹야옹야옹
울음 우는 저녁
버려진 콩이가
가족으로 들어왔을 때도
뼈만 남은 콩이의 털을 핥으며
밥을 나눠 먹을 줄 알았던 멸치
콩이를 살게 한 건 멸치의 사랑
어느 낚시꾼의 손아귀에 사라져 버린 멸치를 그리워할 때
길냥이 와락이는 콩이의 가족이 되었다
집 밖을 나서는 것도 겁을 냈던 와락이
그 와락이에게 손을 내밀었던 콩이
그러나 며칠 뒤 와락이가 사라지고
이튿날은 콩이마저 사라졌다
다시는 데려오지 말라는 할머니의 매정한 말 끝에는
정 주면 사라지는 길냥이를 향한 사랑이
한 꼬집 묻어 있음을 누구라도 안다
깊은 밤
콩이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대문간에서 들리는 소리
허리가 꺾인 와락이 곁에
앞발과 배밀이로 겨우 들어서는 와락이 곁에
콩이가 있었다
마실을 나갔다가 지나가는 사륜바퀴에 덜컥
하반신이 깔려버린 와락이의 느린 보호자가 되어
마침내 마당까지 들어선 콩이
콩이는 어디서 저 깊은 사랑을 배웠을까
성큼 나를 후려치고 들어오는 풍경 앞에서
나는 인간인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차라리 야옹 하고 소리 내고 싶었다
버려진다는 것은
어쩌면 기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가끔 콩이처럼 버려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