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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봄이었지
바람과 몸을 섞으며 자꾸만 가벼워지기로 한 이카루스의 날개, 아직은 여린 잎으로 가끔 땅을 박차고 몸을 세우면 지축이 한번씩 흔들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네 초록의 문신은 수염뿌리 끝까지 닿아 마침내 질기고 단단해졌다
유월이 시들어가고
칠월이 벌레처럼 몸에 붙을 때
나는 한 시인의 붉은 시집을 펼쳤다
경산역을 지날 때
낡은 담장 위 함박 핀 능소화에 하마터면 눈이 멀 뻔 했다
평산리 우즈를 들렀을 땐
수국이 만발한 여름을 겨우 지나치다가
마음을 두고 올 뻔도 했다
유월이 가고
칠월이 오는 길목의 풍경,
시인의 나무가 흘린 詩의 즙이 가득한 거리
초록의 문신을 거두어 간 게 여름의 죄라면
오월의 바람에 밤낮으로 몸을 부비던 너는 아직 유죄다
능소화와 수국의 시간 앞에서
잿빛의 형상으로 아직은 囚人의 생을 살고 있는 김의털에게 고하노니
빛나는 꽃들이 너의 세상에 당도해야 비로소 무죄임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