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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바람이 불면 문득 여름이 오겠지

by 글똥


잎들이 몸을 만다

바람은 허공을 가로질러

나무에게로 온다

여린 잎들이

몸을 떨며

바람의 길을 만든다

그 길에서 태어난 나의 어제는 단단해져

바람을 이기고 등 뒤에 나를 낳는다

돌아보면

흔들림없는 그림자로 나를 온통 받치고

그냥 발끝에 조용하다

잎이 자라고

봄이 자라고

초록의 시간이

돋을새김의 검은 잎이 되는 동안

사라진 먼지와

흘러간 구름과

바람의 허리를 지나

문득

와버린 여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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