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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나는 지금 맨발로 여름을 걷고 있어요

by 글똥


유월의 빗방울이 검어졌어요

칠월이 오려나 봐요

나는 맨발로 모래를 콕콕 찌르며 장마를 지나가고 있었는데요

잠수교가, 자꾸만 발끝에서 넘실거리며 황톳물을 울컥울컥 토해내길래

서둘러 다음의 길로 들어서는 중인데

부표처럼 둥둥 떠 있던 수초들이 갑자기 내게로 기울었어요

하루를 꼬박 기대면 나도 젖을까 생각하며 잠시 먼 산을 보았어요

뿌리는 물 속 깊이 잠들었는지

아무 소리도 못 듣고 어떤 풍경도 보지 못해요

슬픔이 많을 때는 바닥까지 내려가야 숨을 쉴 수 있다는데

빗방울이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할 때마다

어쩐지 나도 조금씩 가라앉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맨발로 여름을 걷고 있으면

비늘 없는 인어들이 풀쩍 뛰어올랐다가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호우주의보일 때 조심하라는 마지막 경고를 꼭 기억하세요

당신,

아직 여름을 다 못 읽은 칠월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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