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극장
아무리 두 눈 부릅뜨고
두 귀 쫑긋하여도
이 시대의 나는
톺아볼 수 없는 시간
고작 귀동냥으로 들은 건
다랑쉬오름과 거문오름의 흔적
억새 우거졌어도 아픔을 덮을 순 없다고
숨소리 아무리 죽여도
제주 온 섬의 화석 기어이 뚫고
차가운 겨울바람 맞서
마침내 피기로 작정한 한란
오늘 나는
그 몸의 푸른 멍 바라볼 뿐
다섯 겨우 들어앉은 오오극장
난방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한란의 시간
자막조차 끝나고
환한 불빛 가득한데
한란 씨알 하나
여태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