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Night Live, Cos(x)를 외치며 옥타곤에서 춤추던 너드들과 과학의 이야기
2018년 크리스마스 직전 토요일, 서울에서 제일 핫하다는 클럽 옥타곤에는 천여명의 공돌이(추정)들이 모여 "코사인 엑스!"를 소리치며 몸을 흔들었다.
영상은 다음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 https://youtu.be/p2Kx4ypDElQ?t=159 )
이 유명한 행사에 대해 내 주변 SNS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한 쪽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과학문화 행사에 대한 뿌듯함이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 행사를 추천해 주었고, 그 사람은 관계자였으니 뿌듯하 해는 사람이 있는게 당연한 일이다. 다른 한 쪽에서는 '어디서부터 잘못된건가' 하는 텁텁한 반응이었다. 하긴 과학쟁이들이 모여서 코사인엑스 외치며 춤추는게 실제의 과학활동과는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 우려에도 나름의 일리는 있다.
내가 이 두 견해를 한번에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해당 행사에 참가해서 느낀 감상이 바로 저 둘의 중첩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제의 과학활동은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논문을 쓰고 검증하고에 있지 그런 공연과 쇼에 있지 않다. 확실히 그런 공연과 활동들에 과학문화라는 의미를 부여하는것은 무의미하고, 다소 힙스터적으로 보일 수 있다. 처음 입장했을 때 내 감상이 바로 이와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연이 과학과 무의미하던가? 우리가 어릴적 대전엑스포에 가서 꿈돌이도 보고 자기부상열차도 타고 별것도 아닌 과학 쇼를 보던게 다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다시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일은 아닌것이었다. 테슬라 코일에서 흘러나오는 전기 스파크를 보는것은 신기할지언정 학문적이진 않다. 감자와 레몬을 연결해서 전구에 불을 밝히는 것은 흥미로울 뿐 그저 그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는가.
대전 엑스포 세대인 우리 동년배 태반이 장래 희망으로 '과학자'를 써 내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 과학돌이 중 한 명이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커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세대의 아이들에게 혹은 나에게, 구태의연한 내용만 적혀있는 과학관 전시는 결코 구태의연하고 따분한 내용만은 아니었다.
이것이 비단 과학만의 문제이겠는가. 자연사 박물관의 그 많은 공룡화석들이나 광물들, 혹은 역사박물관에 있는 그 기괴하게 생긴 움직이는 원시인 인형들이 어떤 학문적인 가치가 있던가.
언제부터인가 과학관도, 자연사박물관도 어린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학습의 장소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만일 과학이 대전엑스포와 같이 '흥미롭게 소모되는 문화'일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어린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겠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생각거리를, 그리고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행사였다고, Science Night Live라는 행사는 그런 관점에서 '어른들을 위한 과학엑스포' 라고 평가하고 싶다.
(본 글은 과거에 작가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던 글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