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로 만든 흰쌀죽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양꼬치를 먹으며 컵주를 한 잔 했다.
그런데 겨우 한잔마셨을 뿐인데, 그날 밤 부터 어마어마한 숙취에 시달리더니 다음날엔 심각한 몸살기까지 찾아왔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꼭 흰쌀죽을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 문득 떠올랐다. 원래 차(tea)는 죽처럼 끓여먹는 용도였다는 사실을.
집에 마침 홍차가 있으니 홍차로 흰쌀죽을 끓여먹어보자!!
쌀을 한 홉 넣습니다. 주방이 지저분한건 좀 너그럽게 넘어가주세요.
쌀을 씻고 물에 30분 가량 불립니다. 불리는 와중에 차를 끓이도록 합시다.
Tarra 얼그레이 홍차입니다. 홍차 브랜드라고 하면 얼그레이나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밖에는 모르는데, 어차피 묽게 식수를 끓이려고 산 거라, 마트에서 제일 싼걸로 골라왔습니다.
홍차는 매우 묽게 끓였습니다. 1.5L 물에 티백 하나를 10분간 우리고, 그 중 500ml를 계량컵에 담았습니다. 이게 좀 실수였습니다. 더 진하게 우렸어야 했는데.
30분간 불린 쌀에 물을 비워내고 홍차를 붓습니다.
홍차와 쌀을 끓이며 졸입니다.
약 10분은 졸인것 같습니다. 바닥을 저어주지 않으면 눌러붙는다는 얘기를 주워들어서 힘껏 저어줬습니다. 그런데 많이 졸여지면 끈적해지면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더군요.
완성입니다.
결과는
홍차향이 은은하게 나길 바랐는데 특유의 쌀비린내(?)가 너무 강합니다. 아마 홍차를 더 진하게 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쉽네요. 소금이나 참기름 등으로 맛을 보충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러면 홍차죽을 끓인 의미가 없어지죠.
그래도 어차피 흰쌀죽 먹을 거. 흰쌀죽에 비해 크게 더 맛없고 그렇진 않습니다. 어차피 흰쌀죽에 무슨 맛 기대 합니까. 그냥 아프니까 먹는거지.
결국 버리진 않고 김치랑 같이 어떻게 다 먹었습니다. 김치가 맛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