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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연 Mar 30. 2017

화장품 샘플처럼 소박했던 삶

엄마의 화장대

오늘은 날이 참 좋아 집안 대 청소를 시작했다.


화장대부터 정리를 시작하는데 평소에 보이지 않던 화장품 샘플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최근에 받아놓은 것들로부터 아주 오래된 것들까지 여기저기서 마구마구 나온다.

나중에 사용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서랍에 넣어놓고 잊어버린 것들이 분명하다.


아이들 방도 마찬가지이다.

사용하는 건지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모를 샘플들이 가득하다.


화장품 샘플들을 손에 들고 있자니 또 예전 엄마 생각에 청소는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외출을 위해 화장을 하시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 화장품 정리함을 매일 가지고 놀았던

즐거운 기억도 함께 떠오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릴 적에 나는 조용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엄마 화장품과 옷가지들을 가지고 친구들과 

놀이 아닌 놀이를 많이 하고 놀았다.


엄마의 구두를 또각또각 소리 내면서 찻길까지 신고 나갔다가 꾸중을 듣기도 했었던 시절,

특히 화장품은 엄마 전유물의 대표적인 거라서 바르고 나면 나도 어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화장을 하실 때는 특히 샘플을  사용하시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아마도 조금이라도

아껴 쓰시려는.  엄마의 알뜰함 때문이었을 거라고  짐작해본다.

조그만 샘플을 몇 번이고 손에 두드려야 나오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것이

샘플 이므로 엄마의 샘플 사랑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

가끔 어느 때는 그런 모습이 궁상맞기도 하여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엄마가 솜씨가 좋으셨던 분이셨다면 아마 내가 입는 옷들은 매일 엄마가 직접 만들어 입혀주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1~2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학교 미술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사진이 필요하니 사진 한 장을 가져오라고 선생님께서 요청하셨다.


사진을 찍으려면 버젓한 새 옷이 필요하다며 엄마는 나를 데리고 급히 동네 양장점으로 데리고 가셨다.

원피스를 맞춰달라며 이것저것 사장에게  물어보시더니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생각하고 오신다며

급히 나오셨는데 며칠 후 엄마는 직접 원단을 사 가지고 오셔서 흰색과 파란색이 들어간 원피스 한벌을

직접 재단하기 시작하셨다.

의미 있게 직접 만들어주시려고 그러셨는지 아니면 원피스 맞춤가가 비싸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 덕분에 나는 원피스 한벌을 가질 수가 있었다.


잘 모르시는 것은 양장점으로 뛰어가서 물어물어 드디어 원피스 한벌이 나왔는데...

처음 시도한 작품 치고는 나름 괜찮은 원피스였지만 왠지 기성복 느낌이 나지 않는  맞춤 티가 나는 엄마의 첫 작품은 지금 나의 앨범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 이후로 엄마는 옷을 직접 만드시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늘은 얼른 화장대 정리정돈을 마치고 집안 구석구석 묵은 먼지를 떨어내고 봄맞이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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