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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연 Mar 30. 2017

나비가 쓴 편지

사랑의 편지

요즘 들어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직업상 그렇기도 하지만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함을 인 생지론으로 생각하는 나는  뭔가 읽거나 배우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하고  세상엔 배울게 참 많구나 라고 늘 생각하는 편이다.


벌써 4년 전 인가보다.

엄마는 갑자기  집 주변에 있는 복지관 센터  한글학교에 다니신다고  이야기하셨다.


엄마 시대가 대부분 그러했듯이  엄마는 그때 당시 보통학교를 다니시다가 중간에 그 마두셨다고 하셨다.

늘 배움에 굶주려 있었을 엄마는 평소에 단 한 번도 글을 배워야겠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나 또한 왜 단 한 번도 엄마에게 글을 배워 보시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살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에 집에 놀러 온 동생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서로 마음 아파하면서 후회도 했던 일도 있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상생활에서  글을 모름으로 해서  불편함을 겪는 엄마 모습을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때 당시 10년 넘게 직장생활도 너끈히 해내셨고 아버지가 편찮았던  몇 년 동안  

그 먼 병원을   오고 가시면서  수술 접수며  입퇴원 수속도 혼자서 해내셨기 때문에  나는 엄마에게 감히

글 배우시라는 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동네에서도 어디서나 어느 조직에서나 대부분 리더 역할을  하시고  당당했던 분이라서 어느 때는 엄마가

글 모르시는 분 맞나 하고 헷갈리기도 했었다.


그러던 엄마가 돌아가시기 딱 1년 전 엄마는 스스로 한글학교에 입학하셨고 정말 처음 학교 들어간 신입생처럼 좋아하시고 설레어하시면서 학생생활을 시작하셨다.


한글학교에 다녀오시면 몇 시간을 숙제하시느라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작은 책상에서 구부리고

앉으셔서 숙제를  하셨다.


내가 가끔  엄마 집에 찾아갈 때면 새로 산 연필과 필통과 노트를 보여주시면서 아이처럼 기뻐하셨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70점 80점 맞은 공책을 보여주시면서 몹시 아쉬워도 하셨다.  때로는  함께 공부하는 친구분이 한글 공부를 아주 잘하신다며 질투까지 하시면서 경쟁하는 모습은 정말 나를 절로 웃음 짓게 만드셨다.


공책에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는 또 얼마나 잘 쓰셨는지 깜짝 놀라서 칭찬해 드리면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느즈막에 배우는 공부는 엄마에게 있어서 아마 신세계 이셨던 것 같다.


어느 명절날 그러니까 설날이었는데 엄마는 손자 손녀들을 모두 불러 모으시고 하얀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서

아이들에게 덕담과 함께 나누어주셨다.


그리고 그 편지 봉투 안에는 세뱃돈뿐만 아니라 한 땀 한 땀 장인의 솜씨처럼  엄마가 직접 쓰신 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00아~ 엄마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거라"


이 짧은 글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명작보다도 내 가슴을 울리고 여운이 떠나지 않는 감동적인 문구이다.


이 글은 아직까지도 고이고이 접어서 아이들이 간직하고 있다.

할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주신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해 써주신 사랑의 메시지 이기 때문이다.


추모 공원에서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날 아이들이 기도 중에 놀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엄마! 저기 나비들 좀 보세요"

신기하게도 기도 중에 나비 한 무리가 창가로 모여들어 예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엄마도 저 나비들처럼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지내시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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