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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연 Mar 31. 2017

그녀의 방

꽃내음 풍기던 방

공원에 내리쬐는 햇빛이 따스하다.


아직은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 게하는 계절이지만 한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집 앞 산책길에

푸르름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사람, 운동복을 입고 가볍게 달리는 사람 등

봄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이 세상에 찾아온다.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기의 모습이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산책을 하는 강아지도 주인이 옆에 있으니 의기양양 킁킁 냄새를 맡으며 잘도 따라 걷고 있다.

나는 이렇게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산책할 때 가장 행복하고 평안하다.


생각도 정리가 되고 복잡했던 머리를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많이 애쓰는 편이다.


나는 딸이 둘 있다.


저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처럼 어릴 때는 주먹만 한 것이 지금은 성인이 되어 친구처럼 세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고 나에게 때론 친구처럼 다가와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두 딸들은  특이 어렸을 적에 누가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특히 내 옆에 늘 붙어서 

엄마 냄새가 좋다며 킁킁 냄새를 맡곤 했다.


엄마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냐고 물으면 아주아주 좋은 냄새라며 일명 엄마 냄새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때 당시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라고 지나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적에는 엄마 냄새를

맡고 느꼈던 적이 있다.


우리 엄마한테만 나는 특별한 냄새.

그것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평안함과 최고의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냄새였다.

엄마 치마폭에 머리를 묻으면 나는 평안한 냄새, 엄마 가슴팍에 얼굴을 대면 쿵쿵 들리는 엄마의 심장소리,

이것은 나만 느낄 수 있는 엄마만의 채취와 사랑이 아니었을까?


성인이 돼가면서 세상에 대한 동경과 세상에 눈을 뜨게 되면서 엄마에 대한 채취는 차츰 잊혔던 것 같다.

작은 아이도 지금은 다 자랐기 때문인지 아이 때처럼 그렇게 엄마를 따르거나  엄마 품속을 찾지 않는다.


친구들이 생기고 세상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독립된 자신만의 세계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나는 얼마 전까지 엄마의 방에서 풍기던 꽃내음과 엄마의 채취를 아직도 기억을 한다

엄마의 방은 소박 하지만 항상 화분과 꽃을 준비해 놓으셨다. 그 위해 벽면에는 손주 손녀들의 어릴 적 돌사진과 학교 입학식 때의 기념사진 등을 가지런히 액자에 담아 걸어두시기도 하셨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느 때는 김치 냄새와 반찬 냄새가 진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때는 우리 형제들이 엄마 집을 방문할 때이다.

자식들에게 김치 하나라도 잘 담가서 보내주려는 마음에 여기저기 김치거리가 주방에 널려 있기도 했다.


지금은 내 위의 친정언니가 김치를 가끔 담가 주는데 신기하게도 엄마 손맛이 나서 나는 

그 김치를 아껴먹곤 했다.


봄이 시작되는 이 계절 아삭아삭 봄동으로 만든 겉절이 한 접시 먹고 싶다!

그녀의 방에서 풍기던 꽃향기와 김치 냄새를 다시 한번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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